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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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규제풀고 서비스시장 개척해야"…장기어젠다 속도전

여야·산학연 대표,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
여야와 산학연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중장기 경제의제를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를 열었다.

여야정(與野政)·산학연(産學硏) 대표 70여명은 이날 "지금의 경제체질로는 선진경제의 도약의 길에 오르기 어렵다"며 "국가의 내일을 책임질 어젠다들은 어떤 정치나 사회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30여년간 경제성장률을 펼쳐놓으면 10년마다 1~3%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생산가능한 인구비중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라며 "부정부패근절, 관료행정비용, 재산권 보호 등 제도경쟁력은 미국, 독일의 2만7000달러 때보다 취약하다"고 말했다.

상의 회장단들은 '구시대적 낡은 관행을 과감히 벗어버리자'는데 뜻을 모았다. 반기업정서가 상당부분 후진적 업무프로세스와 구시대적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봤다.

최원식 맥킨지 대표는 야근문화와 관련해 ▲의식 없는 상사 ▲비효율적 업무관행 ▲야근은 미덕이라 생각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개선방향으로 "피상적, 단편적 처방이 아닌 가슴에 와 닿는 공감대 형성과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한국의 기업문화 관련 지수를 만들어 공표하고 2025년까지 그 추이를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규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단 안 돼'식의 사전규제, '이것이것만 하세요'식의 포지티브규제 등을 선진형 규제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미국, 영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규제의 틀을 바꾼 덕분에 수만가지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이고 사업화된다"며 "하지만 '정해준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우리의 규제 틀에서는 어떠한 혁명적 아이디어가 수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발전=일자리 창출'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현수 국민대 교수는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60% 수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 진입 시점이었던 프랑스의 1995년(72.7%), 영국의 1998년(71.1%)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며 "청년 10명 중 8명이 서비스분야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망 서비스시장 개척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미국의 음악치료사, 영국의 동물보호보안관, 일본의 노인장기요양매니저를 벤치마킹하거나 당뇨상담사, 여행코디네이터 등 생활패턴 변화에 따른 직종을 개발하자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나이트클럽 관광명소 육성론도 나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한 나이트클럽은 세계 6위에 랭크돼 젊은 유커들이 하루에 8000만원을 쓰고 갈 정도"라며 "DJ, 바텐더 등 청년문화 트렌드에 적합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음에도 1종 유흥업소로 분류돼 은행융자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6개월마다 중장기어젠다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어젠다도 발굴할 계획이다. 이날 의제인 기업문화, 규제의 근본틀 개선, 서비스산업 선진화 외에 '시장적 입법현황 점검', '공무원 행태 개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통일', '기후환경' 등에 대해 중장기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