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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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위해 거리 구걸 나선 '백 원만' 할머니

종로3가 한복판, 20년 넘게 '백 원만 할머니'로 불리는 74세 순옥씨의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헝클어진 백발 머리에 검은 비닐봉투, 찢어진 운동화을 신은 낡은 옷차림까지 꾀죄죄한 행색은 영락없는 거지다. 순옥씨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단순히 '백 원만' 구걸하는 게 아니었다. 지나는 사람들을 툭툭 치고, 돈을 주지 않으면 바짓가랑이를 잡아 시비까지 붙으며 돈을 요구했다. 

종로 일대에는 순옥씨를 둘러싼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가 노숙인이 아닌 번듯한 양옥집에서 지내고 있으며, 심지어 백 원씩 구걸하며 버는 돈이 한 달이면 6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MBC '리얼스토리 눈'은 순옥씨를 만나기 위해 종로3가를 찾았다. 그는 매일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구걸을 하러 서울 시내 곳곳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집을 따라가자 소문과 달리 전세 지하방이 나타났다. 순옥씨는 쓰레기로 가득 찬 얼음장 같은 집에서 두 아들을 위해 이런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멀쩡히 군 제대까지 한 둘째 아들이 갑작스레 아프게 되고, 아들의 병원비와 약값을 벌기 위해 구걸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젊은 시절 가난 때문에 아들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이집 저집 전전하게 한 죗값을 스스로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들은 어머니를 만나러 한 달에 한 번 겨우 찾아왔다. 그것도 순옥씨가 돈을 모았다고 연락하면, 그때야 만나러 온다고. 그렇게라도 자식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순옥씨는 소원이 있다면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손녀가 대학 갈 때까지 사는 것이라고 눈물겨운 모정을 드러냈다. 

도대체 자식들은 왜 그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순옥씨는 추운 겨울 냉골에서 지내며 방치됐던 건강을 회복하고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순옥씨의 사연은 26일 밤 9시 30분 방송되는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 공개된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