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3자 간에 긴장과 갈등 기류가 부각됐으나 이제는 견제를 하면서도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4·13 총선을 앞두고 계파간 파열음을 최소화하고, 각자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제는 비박(비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 대표와 친박계 맏형 격인 서 최고위원은 그동안 최고위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는 장면이 많았다.
공천 룰을 정하기 위한 공천제도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이나 당직 인선 등에서 서 최고위원이 제동을 걸면서 최고위에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지만 요즘은 잠잠하다.
서 최고위원은 최근 사석에서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180도로 뒤집겠느냐.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가 김 대표의 '브랜드'인 상향식 공천을 인정하는 대신 선거구 획정에 따라 늘어나는 선거구에는 당헌·당규의 우선공천제도를 활용해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 대표는 명분을 챙기고, 친박계는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이른바 '윈-윈' 전략인 셈이다.
서 최고위원은 상향식 공천 등 김 대표의 총선 전략에 이견을 갖고 있지만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 경우 당도 흔들리고 이로울게 없는 만큼. 물밑 조율을 통해서 풀어가는데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김 대표와 친박계 실세로 통하는 최 전 원내대표도 부쩍 가까워진 모습을 보였다.
최 전 원내대표가 23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박근혜 대통령의 특사로 다녀온 직후 인재영입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도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해 긴장감이 돌았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이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최 전 원내대표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안대희 전 대법관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고 하면서 계파간 갈등이 본격 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앞서 최 전 원내대표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확장 재정을 펼칠 때도 김 대표는 국가 재정건전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 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최경환 역할론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 이 정권의 막강한 실력자이고, 최 의원과 많은 대화를 해서 서로 의견 조율을 하겠다"고 변화된 최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인정했다.
최 전 원내대표 역시 총선 국면에서 당직을 맡아 전면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점을 주변에 수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최고위원론'을 언급한 것은 홍문종 의원 개인의 사견이라는 얘기이다.
이는 최 전 원내대표가 복귀 후 친박계가 김 대표 체제를 흔들어 총선에서 지분 확대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도 있다.
이미 주요 국면에서 친박계의 대표성을 가진 최 전 원내대표와 수차례 회동한 김 대표는 앞으로도 수시로 당무를 상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소위 자기 정치를 하려는 일부 친박계 때문에 당청 갈등이 실제 이상으로 부각됐던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여당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당내 일부 친박계에 대해 지나치게 튀는 언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들은 지난해 화제가 됐던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대권 불가론', 홍문종 의원의 '반기문-최경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 등을 지목한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이 애드벌룬을 띄우고 청와대는 여론 추이를 살피는 고전적인 전략이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 윤 의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논의를 위해 의원총회를 소집하자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는 등 주요 고비마다 청와대와 호흡을 같이 했다.
또 '김무성-서청원-최경환' 3명의 여권 실세들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공천관리위가 본격 활동에 돌입하고 세부 공천 문제가 테이블에 올라 물밑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열전'으로 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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