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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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약체 평가 속 신태용호 파격 전술 빛났다

AFC U-23 챔피언십 결승 진출… ‘한편의 드라마’ 완성
올림픽 축구대표팀 신태용(46) 감독은 지난해 2월 갑작스레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팀을 이끌던 이광종 전 감독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아 물러나면서 올림픽 팀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감독을 수락했지만 막막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만 23세 이하 선수로 구성하는데 신 감독은 이 나이대의 선수들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해 K리그는 물론 해외리그까지 곳곳을 누비며 수백명의 선수들을 관찰했다.

‘이렇게 좋을 수가… ’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27일 카타르 도하 알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카타르와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 감독의 노력에도 주변에서는 근심이 컸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4개국(한국, 중국, 콜롬비아, 모로코) 친선대회에서 2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겨 우려는 더욱 커졌다. 또 경기 방식이 홈과 원정을 오가는 방식에서 한 대회를 통한 단판 승부로 바뀐 데다 대회 장소마저 텃세가 심한 중동이라는 점도 한국에는 부담이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펼치는 뛰어난 전략으로 이런 기우를 잠재워 버렸다. 특히 올림픽축구대표팀이 27일 카타르 도하의 알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카타르와의 대회 4강전에서 3-1로 한편의 드라마를 쓰기까지는 신 감독의 파격 전술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계속 써왔던 포백(4명) 수비진 대신 처음으로 3-4-3의 ‘스리백(3명)’ 카드를 들고 나왔다. 포백은 양쪽 측면 수비수가 중앙선을 넘어 공격에 활발히 가담하는 전술이다. 반면 스리백은 3명을 중앙선 밑에 고정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비를 구사할 수 있다. 3월 첫 소집부터 ‘공격축구’를 강조한 신 감독에게 스리백은 모험이었다.

신 감독은 “수비수인 송주훈(미토 홀리호크)과 연제민(수원 삼성)의 컨디션이 다운돼 있어 좀 더 간단한 축구를 하자고 했다”며 “이기기 위해 수비수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사실 내가 원하는 축구는 아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 덕분에 대표팀은 카타르의 파상공세에도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후반에 1실점을 했지만 이후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덕분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 감독은 지난해 말 출국길에 “전술을 네 가지 정도 준비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결실을 맺은 셈이다.

신 감독의 용병술도 주효했다. 그는 후반 34분 실점 직후 황희찬(잘츠부르크)을 투입했다. 경기 분위기는 카타르 쪽으로 급격히 넘어갔지만 후반 막판에 투입된 황희찬이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수비진을 휘저었다. 황희찬은 결국 공격의 실마리를 풀며 결승골과 쐐기골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 감독은 “준비한 다섯 가지 전술을 다 보여줬다.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 이제는 제일 잘한 전술을 택할 것”이라며 “아직 일본팀 비디오를 못 봤다. 이제부터 분석해 우리가 가진 5개 전술 중 뭘 쓸지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