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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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60m 폭풍 드리블 압권… 결승·쐐기골 도와

“한일전 절대 질 수 없다” 전의
후반 50분 전광판 시계가 이미 멎은 시간. 한국이 2-1로 앞선 상황이지만 홈팀 카타르는 동점을 만들기 위해 파상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카타르의 슈팅을 막아낸 골키퍼 김동준(성남FC)은 공을 좌측 라인 부근에 있는 황희찬(20·잘츠부르크·사진)을 향해 길게 던졌다.

중앙선 뒤편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의 질주는 이때부터 시작했다. 폭풍처럼 달리던 황희찬은 상대 진영에 넘어온 순간 2명의 수비수를 만났지만 화려한 발재간을 뽐내며 가볍게 제쳤다. 이어 또 한 명의 수비수가 따라붙었지만 황희찬은 몸을 몇 차례 비틀어 넘어섰고 페널티 지역까지 거침없이 돌진했다. 이후 그는 욕심부리지 않고 문창진(포항)에게 연결했다. 문창진은 두 차례 드리블 한 뒤 수비 한 명을 따돌리고 왼발로 골대 구석을 향해 정확히 슈팅을 날렸다.

27일 카타르 도하의 알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한국과 카타르의 대회 4강전. 쐐기골을 만들어낸 황희찬의 60여 폭풍 질주는 압권이었다. 후반 44분 권창훈(수원 삼성)의 결승골도 황희찬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황희찬이 카타르 수비를 휘저은 뒤 페널티박스 중앙에 있던 김현(제주)에게 패스했고, 이 공은 이슬찬(전남)을 거쳐 권창훈에게 연결돼 결승골로 이어졌다.

득점 하나 없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황희찬이다. 1월26일생인 황희찬은 현지시간으로 경기 당일 생일을 맞았다. 그는 지난 23일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발목을 다쳐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후반 교체로 나선 황희찬이 그라운드를 누빈 시간은 약 15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생일을 자축했다. 축구팬들은 그의 저돌적인 돌파를 보고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를 연상케 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황희찬은 2014년 12월 자신을 우선 지명한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의 동의 없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이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축구팬들에게 ‘배신자’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신태용 감독이 그를 발탁할 때도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지만 황희찬은 실력으로 극복했다.

황희찬은 “처음 들어갔을 때는 아프고 불안했다. 그러나 골을 먹으니 아픈 거 없이 죽도록 뛰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황희찬은 30일 오후 11시45분(한국시간)에 펼쳐지는 일본과의 결승전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기 때문에 소속팀 요청으로 황희찬은 조기 복귀했다.

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