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특허 전략을 펼치고 이 과정에서 특정국을 골라 특허를 출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한 나라 특허 출원·등록건수로만 해당 기업의 특허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다. 한 변리사는 “해외 특허 출원에는 비용이 꽤 들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중요 특허는 복수국에 출원해서라도 철저히 권리를 보장받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2등도 의외다. 애플 아이폰을 비롯, 글로벌 IT업체 제품 상당수를 대리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팍스콘을 자회사로 둔 대만 홍하이정밀이 주인공이다. 11위인 팍스콘과 합치면 홍하이정밀이 연구개발 일류 기업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1위 삼성전자와 동일한 수준이다. 대만에선 반도체업체 TSMC도 43위에 올랐다. 3위부터는 도시바, 캐논, LG전자, 파나소닉, 소니, GE, 히타치, 후지쓰 순이다. 역시 일본 기업이 특허 전쟁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주요국별 특허 지배 기업수는 일본 22, 미국 9, 한국 7, 대만 3개였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업계 기업들의 순위 경쟁이 눈에 띈다. 가장 특허 지배력이 높은 기업은 완성차업체가 아니라 독일 부품업체 보쉬로 13위였다. 완성차업체끼리는 도요타 14위, GM 15위, 혼다 25위, 현대자동차 30위, 폴크스바겐 38위 순이다.
중국 기업 중에서는 27위 화웨이가 유일하다. 중국 기업이 막강한 부를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 특허 등으로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은 특허 전략 및 활동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삼성전자는 2005년 이건희 회장이 “(250여 명 수준이었던) 특허 전담 조직 인력을 2010년까지 450명으로 확대하라”며 ‘특허경영’을 선포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통신·네트워크 기술 표준 특허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의 특허 원칙은 “가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해당 기술 중 기존의 것과 새것을 구분, 후자를 특허 출원하며, 자체 개발 기술을 국제 표준화해 업계 내 활용도를 높이고, 출원된 특허를 등록받는다”로 설명된다.
연구개발투자에서 세계 1위인 폴크스바겐보다도 특허 지배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현대·기아차는 엔진, 변속기, 섀시, 차체 관련 양산차 적용은 물론 미래차에 탑재될 기술을 주로 특허 출원한다. 특히 최근 자율주행, 모바일 연동 서비스 등과 관련된 선행특허 확보를 강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전기차 등과 같은 친환경 차량 경쟁력 확보를 위한 특허 취득도 바쁘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