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27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당내 갈등의 기폭제가 된 권력자 발언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오후 국회에서 열린 ‘청년 앞으로! 2030 새누리당 공천 설명회’에서 “과거에는 공천권이 당의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됐다”고 말했다. 전략공천을 비판하기 위한 발언으로 과거에도 줄곧 사용했지만 연이은 권력자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앞으로! 2030 새누리당 공천 설명회’에서 한상윤 중앙청년위 청년문화콘텐츠위원으로부터 자신의 캐리커처를 선물받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청와대와 친박계는 ‘권력자 발언’에 대한 확전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총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여권 내 분열로 비치면 역풍이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아니냐”,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의 틀에 갇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친박 중 신박(新朴)으로 분류되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얘기를 하던 중에 조금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청와대는 이날 하루 종일 공식 입장이나 반박 없이 침묵을 지켰다. 앞서 정연국 대변인은 오전 기자들을 만나 김 대표 발언에 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도 더 이상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분위기로 해석된다. 파견법·경제활성화법 등 핵심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당·청 간 갈등 요소를 만드는 것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번만은 참고 넘기겠지만 더 이상의 자극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불쾌한 기류가 우세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논란을 불러일으킬 발언을 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당내 갈등이 심화하면서 공관위 구성도 지연될 조짐이다. 친박계는 이한구 의원을 적극 밀고 있지만 비박계가 저지하고 있고, 비박계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추천했으나 친박계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영입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안대희 최고위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인재영입은) 굉장히 필요한 것”이라며 친박계의 손을 들었다. 원 원내대표는 바둑황제 조훈현 9단과 김규한 전 쌍용차 노조위원장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좋은 분을 추천하면 검토해야지”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우승·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