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A사의 협력업체 6곳이 외국인 147명을 불법 고용했다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적발됐다는 소식을 접한 음성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28일 영세 업체들이 많은 음성에서 외국인 불법 취업은 이제 비밀도 아니라며 이렇게 귀띔했다.
구인난을 겪는 영세업체들은 값싼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외국인들은 자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불법 고용·취업'의 연결고리가 쉽게 끊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 때는 외국인 불법 취업 문제가 더 심각하게 불거진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농가가 직업소개소를 통해서 외국인을 고용하는데, 직업소개소가 불법 체류자를 소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도 한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외국인 불법 취업·고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는 알선책인 무등록 직업소개소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찰관은 "군내 무등록 직업소개소는 물론 등록된 직업소개소도 외국인 불법 취업을 알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국이 단속하더라도 그때뿐이어서 근절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음성의 한 직업소개소도 외국인 불법 취업 알선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한 직업소개소 관계자는 "공장이 밀집한 금왕읍·대소면 지역 직업소개소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를 알선하는 것을 본업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말 음성군내 등록 기업은 2천100여곳, 등록 외국인은 7천920명에 이른다.
현재 가동 중인 업체 1천600여곳 가운데 절반가량은 종업원 10명 이하의 영세 업체다. 형편이 어렵다보니 외국인 불법 고용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고, 실제로도 이들 업체 상당수가 많든 적든 불법 체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집중 단속에 적발된 협력업체들은 2013년에도 외국인 수십명을 불법 고용했다가 적발돼 범칙금을 물었다.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외국인 불법 고용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값싼 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발되면 범칙금을 물고, 또다시 불법 고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A사의 한 임원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업체들이 외국인 불법 고용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이 힘들다며 하루 만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다. 구직난 속에서 영세업체들은 인력난을 겪는 미스매칭이 반복되면서 빈 자리를 불법 체류 외국인들로 채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불법 취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국인보다 인건비 부담이 적은 외국인 산업 연수생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법적으로 입국한 산업연수생을 적극 활용하면 영세업체의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외국인 불법 고용 논란도 해소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업체는 협력업체에서 불법 취업 외국인이 대거 적발된 다음 날인 28일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면서도 평소와 다름 없이 공장을 가동했다.
협력사의 외국인 불법 고용 사실 등을 사전에 알았느냐는 물음에는 "별개 회사인 협력업체의 인력관리에 관한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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