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코치는 수석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불과 지난 연말까지도 스카우터와 골키퍼 코치를 겸했다. 제주에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오는 스카우터 자리를 무려 7년간 맡았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를 제주가 잘 뽑아오기로 유명한 것도 박 코치의 역량 덕분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박 코치를 ‘최코(최고의 코치)’라고 부른다. 자일(은퇴), 산토스(수원 삼성), 페드로(빗셀 고베), 로페스(전북 현대) 등이 근래 제주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들이다. 올 시즌에도 브라질 출신의 모이세스, 마르셀로 등 2명을 영입했다.
29일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지훈련 장소인 중국 광저우 칭위안헝다호텔 축구장에서 박동우 수석코치가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광저우=박병헌 선임기자 |
박 코치는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올 때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국내 선수들과의 융화와 콤비를 위해 인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인성은 눈에 보이질 않아 무척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박 코치는 외국인 선수들의 인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반드시 선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구단도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 울타리 안에 사택을 제공하고 가족처럼 대우해 주며, 과거 팀 동료이던 사령탑 조성환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각별하기에 융화가 잘 된다”고 소개했다.
1995년 일화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제주의 전신인 부천 SK,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6시즌 만에 은퇴의 길로 들어섰다. 91경기에 출장해 130골을 실점했고, 태극마크도 한 번 달아보지 못했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골키퍼 출신이 수석코치를 맡은 것은 10년 만이다. 그는 “주어진 역할에 늘 충실하려고 했을 뿐이다. 동갑인 조 감독의 도움이 컸다”며 “내가 더욱 열심히 하면 후배 골키퍼들에게도 보다 많은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영도초등학교 5학년 때 공부하기가 싫어서 축구를 시작하자마자 골키퍼를 맡았다는 박 코치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골키퍼 출신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늘 맨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기 때문에 흐름을 잘 읽어 유리한 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북 현대와 20세 이하 대표팀 코치를 지낸 박 코치는 K리그 클래식 구단 가운데 제주가 팀 분위기 1등이라고 자신했다. 박 코치는 “이런 분위기가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표출돼 올 시즌에 정말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며 “팀의 모든 선수를 지도 관리하는 지도자는 선수 때보다 몇십배 힘든 자리다. 선수로서는 크게 이름을 못 날렸지만 멋진 지도자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저우=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