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34개 회원국은 정책토론과 상호학습을 통해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국제규범을 만들고 국제사회의 번영을 도모하는 정부 간 협력기구다. 매년 각국에서 4만명의 고위 정책 입안자와 전문가가 참석해 3000회 이상의 회의를 연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OECD에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한국전쟁으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던 최빈국에서 어엿한 중견국으로 발돋움했음을 세계에 알리는 축포였다. 하지만 가입 당시만 해도 OECD에서 한국은 비주류 신세였다.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던 한국 경제 시스템의 민낯이 OECD라는 거울을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났다. 급기야 가입 직후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사태가 불거지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을 샀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OECD 내 한국의 위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글로벌 경제외교를 견인하는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으로서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선진 원조공여국 간 협의체인 개발원조위원회(DAC)에도 가입했다. 올해 OECD에 낸 분담금은 70억원으로 미국·일본 등에 이어 10위다. 녹색기후기금(GCF) 유치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설립 등 환경이슈 분야에서는 주도적 역할을 한다. 작년 10월에는 대전에서 OECD 과학기술장관회의를 개최해 과학기술강국의 위상을 확인했다. 올해는 가입 20주년을 계기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제콘퍼런스와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BIAC) 이사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은 OECD 가입 이듬해 1월 상주대표부를 개설했다. 현재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에는 13개 정부 부처, 3개 기관에서 총 27명을 파견했고, 현지 직원도 22명에 달한다. 대표부는 선진국의 경제운용 경험을 활용하고, 세계경제 동향을 신속하게 파악해 우리 경제에 조기 경보를 울리는 역할 등을 하고 있다.
역대 OECD 대사들의 면면을 보면 내로라하는 경제계 인사들이 많다. 구본영 초대 대사를 비롯해 양수길 한국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대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경태 전 국제무역연구원장,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중수 전 한은 총재, 허경욱 전 기재부 1차관, 이시형 전 외교부 본부대사, 윤종원 현 대사 등 지금까지 10명의 대사가 임무를 수행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