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사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복지지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무리”라면서 복지정책의 대안적 모델로 독일을 꼽았다. 김 원장은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전략을 사용하며, 중부담·중복지 모델을 지향하는 등 유사점이 많다”며 “하르츠 개혁(전문가들이 노동개혁안을 만들고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노동개혁 방식)을 통해 노동시장과 복지제도를 성공적으로 개혁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복지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독일을 중부담·중복지를 추구하는 국가로, 우리나라는 보편적으로 저부담·저복지국가로 분류된다.
김 원장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28위이고 국민부담률(국민이 1년간 낸 세금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더한 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시 28위인 점을 지적하며 “우리나라는 복지수준이 낮으면서 국민 세금 부담 역시 적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지출구조를 유지해도 2060년에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은 29.0%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을 OECD 회원국과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복지지출, 성장률, 국가부채 등의 요인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보장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해 복지지출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감한다”면서도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복지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복지지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등 보건복지분야와 관련한 순위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순위가 세간의 큰 관심을 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OECD 회원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수한 정책 사례와 경험을 벤치마킹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OECD 회원국의 대다수는 유럽의 선진국으로, 우리나라와 사회·정치·경제·인구적 요인이 다르고 복지제도 도입의 출발선도 다르다”며 “절대적인 비교를 통해 우세 또는 열세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OECD 가입이 보건복지분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회원국들의 경제·사회정책 경험을 습득·활용하고 보건복지 환경에 함께 대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각 분야 공공정책이 선진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OECD 가입과 함께 일반적 의무에 해당하는 통계 제출 의무를 갖게 됐다”며 “의무 수행을 위해 보건복지통계를 구축하고 체계화해 보건복지정책 마련의 기반이 되고 정책 평가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통계 생산·관리 능력이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