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욱(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교수 겸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제 중진국에서 선진국의 문턱 앞에 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핵심 경제관료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2010년 4월~2013년 6월)를 최장기간 지낸 허 교수는 OECD에서 한국의 위상과 과제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허 교수는 OECD 회원국이 된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핵심동력으로 수출지향적 대외전략을 꼽았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는 인구도 적고 자원도 부족하고 나라가 가난하니 (국민들의) 구매력도 부족해 수출만이 답이었다”며 “수출시장으로 나간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내다파는 것이 아니라 해외의 가격을 받아들인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수출주력 품목이 가발에서 합판, 중공업, 반도체로 교체됐듯이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에 밀리면 곧바로 바꾸어야 한다”며 “(정부나 정치권이) 보호 명분으로 시장을 막고 있었다면 경쟁에서 도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 경제는 내수와 고용을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허 교수는 “수출산업이 점점 자본집약적으로 바뀌고 중국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목표는 이제 성장이 아닌 고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국민소득이 늘어 구매력이 커지고 수출과 함께 경제성장의 양 날개가 될 내수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의료, 관광, 소프트웨어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제조업에서 연평균 6만5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졌고, 서비스업에서는 평균 33만3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허 교수는 “서비스산업선진화법이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발전은 빨랐지만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OECD 가입 20년간 한국의 성과 중 가장 아쉬운 점이나 시급한 과제로 사회적 자본을 꼽았다.
허 교수는 “진보, 보수를 떠나 정권이 바뀌더라도 좋은 정책은 유지발전시키자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우리가 선진국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