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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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미래다] '고용절벽'에 매달린 청년들… 비정규직 내몰려

겉도는 청년 일자리정책
“취업이 어려워서 지금은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아닌 직장도 알아보고 있어요. 그런데 찾기도 막막하고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직장을 선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부가 역할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어야 청년들의 일자리 고민도 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중앙대 4학년 김모씨)

“청년 정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을 때 어디에다가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았어요. 각 정부 기관에서 시행하는 청년 정책을 전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체계가 먼저 잡혀야만 정책의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이나, 집행하고 평가하는 부분에서 혼선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요.”(성신여대 4학년 박모씨)

이렇게 청년들이 취업정보 부족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진로를 정하는 데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고용률 70%’를 목표로 출범 이후 3년간 여러 정책, 특히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대책을 양산해냈지만 청년들의 근본적인 의문부터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청년 취업대책이 실패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31일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연구센터가 지난해 10월 전국 6대 권역 20대 남녀 33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5.6%에 불과했다. “전혀 모른다”는 61.5%였다. 해외취업 지원 프로그램인 K-무브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가 5%였다. “전혀 모른다”는 78.4%였다.

청년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만족한다”(매우+대체로)는 응답이 24.4%에 그치는 등 매우 박한 점수를 줬다. 불만족 이유로는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 많다(39.5%) △단기적 정책으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33.6%) △공급자 중심의 지원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11.5%) △엄격한 선정기준으로 인해 혜택 범위가 적다(11%) 등을 꼽았다.

이런 현상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내놓은 노동분야 대선공약으로 ‘늘·지·오’의 취지와 전면 역행한다. 늘지오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지금 있는 일자리를 지키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3년 동안 정부는 청년희망펀드, 청년희망 예산,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등을 제시했지만 ‘절벽’에 떠밀린 청년을 구제하진 못했다.

이런 지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한 청년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작성한 ‘청년고용대책 이행상황 모니터링 및 실효성 제고방안’에 따르면 청년 고용절벽 종합대책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 500명 중 202명(40.4%)이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중 비정규직 비율은 42.4%에 달했다. 임금수준도 150만원 미만이 40.1%나 됐다.

청년실업률은 또 어떤가. 통계청의 ‘201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우리나라의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9.2%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9년 이후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청년실업률은 2002년 7.0%를 기록한 뒤 2013년까지 7~8%대를 기록했다. 그러다 2014년 9.0%에 진입하더니 지난해 9.2%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과 취업준비생까지 합한 실제 실업률은 20%대에 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는 청년고용률이 41.5%로 2008년 이후 7년 만에 41%대를 회복했다고 안도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또 다르다. 업종을 구분해서 따지면 지난해 일자리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직업군이 건물 청소, 경비, 배달, 포장, 가사도우미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단순노무직이었다. 사무직 등 관리직은 줄었다.

막장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이 찾는 곳은 신용회복위원회다. 지난해 개인워크아웃 등 채무조정 지원을 신청한 20대 청년층은 9519명으로 1년 전 8090명보다 17.7% 증가했다.

올해는 더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업들이 올해 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어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분기마다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기전망지수(BSI)는 올 1분기까지 세 분기 내리 곤두박질쳤다. 아직 올해 경영계획도 못 세운 기업이 44%나 됐다. 불확실한 경제여건(73%)이 주된 이유였다.

특히 조선과 해운, 철강 등의 우리 주력산업이 구조조정 등으로 신규채용은 엄두도 못 낼 판이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장기간 청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맞춰 발 빠르게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하는데 노동 유연성이 경쟁국 등에 비해 상당히 낮은 우리 업계의 특성상 신규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기천·이우중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