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안건조차 처리하지 못한 채 올해 첫 임시국회가 빈손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는 7일로 이번 임시국회가 종료되더라도 2월 국회에서 선거구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기로 한 여야 원내대표의 지난 23일 합의가 휴지조각이 되며 여야 관계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야 협상 당사자인 새누리당 원유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31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사회자가 안부 인사를 건네자 “안녕하지 않습니다”, “별로 안녕하지 못합니다”고 답했다.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여야 원내대표는 곧바로 합의문 파기에 따른 책임공방을 벌였다.
원 원내대표는 원샷법 처리 제동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경제 전문가이신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선거법을 먼저 하자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위원장이 갑자기 양당 원내대표 합의를 깼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균형을 잃은 합의였던 것”이라고 새누리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선거구가 없는) 불법 상태를 회복하는 선거법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난제인데 그것을 뒷전에 두고 이것(원샷법)을 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광주 지역기자 간담회에서도 원샷법 합의 파기와 관련해 지난달 29일과 같은 주장을 폈다. 김 위원장은 “선거구획정안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며 “원샷법은 하루 이틀 미뤄진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결단을 압박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만큼 이를 바로잡을 정 의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은 여야가 처리를 합의했던 만큼 직권상정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직권상정으로 두 안건을 처리할 때 예상되는 국회 운영 파행 우려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의장은 1일 여야 지도부와 만나 중재를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김 위원장의 ‘선(先)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회동 성사가 불투명하다.
법안 처리를 둘러싼 양당 간 충돌 속에 국민의당(가칭)은 1월 임시국회 내 쟁점법안 및 선거법 처리를 촉구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여 '원샷법·북인권법 직권상정' 압박
기사입력 2016-01-31 18:53:52
기사수정 2016-01-31 22:58:22
기사수정 2016-01-31 22:5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