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난민법 악용… 가짜 난민·브로커 판친다

신청자 2014년 2896명 달해
인종·종교·정치적 박해 등 아닌
대부분 체류기간 연장 등 목적
파키스탄인 등 브로커 적발 잇따라
난민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난민법이 아시아 최초로 시행된 지 3년이 지나면서 가짜 난민신청자와 난민신청 대행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검찰이 난민 관련 범죄 근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지식)는 31일 파키스탄 국적자 N(43)씨를 출입국관리법 및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N씨는 지난해 3월부터 12명의 난민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영어로 번역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 결과 N씨는 2014년 6월 한국인 목사에게 “한국에서 선교 세미나가 열리니 나를 초청해 달라”고 부탁해 받은 허위 초청장으로 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난민신청서를 써주고 1인당 적게는 80만원에서 많게는 230만원까지 모두 1000만원가량을 챙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N씨에게 난민신청서를 부탁한 사람은 대부분 태국인들로, 비자 갱신을 위해 3개월마다 본국에 다녀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해 계속 국내에 머물기 위해 난민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시행된 난민법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로 박해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근거가 있는 공포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 원하지 않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취업이나 장기체류 목적으로 허위 난민신청을 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난민신청자는 2011년 1011명에서 2013년 1574명, 2014년 2896명으로 급증했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기초생활 보장과 주거·의료 등을 지원받고 국내에서 취업도 할 수 있다. 법무부는 난민 기준을 엄격히 해석해 201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274명만 난민으로 인정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신청자의 80% 정도는 불법체류 중이거나 고용허가 기간이 만료돼 체류기간 연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청한다.

‘가짜’ 난민신청자가 급증하자 이들에게 접근해 난민 인정을 받도록 허위 신청서를 써주고 돈을 챙기는 브로커도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 취업을 원하는 이집트인들을 상대로 1인당 500만∼1000만원을 받고 국내 중소기업 대표 명의의 허위 초청서를 발송해 12명을 불법으로 입국시킨 뒤 허위 난민신청서를 써준 이집트인 H(29)씨가 적발됐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