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한지훈(24)씨는 어려서부터 낯을 많이 가렸다. 그러다보니 3년 전 서울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의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받았을 땐 걱정이 앞섰다. 주위에서는 “기저귀 셔틀하러 가느냐”, “노인 수발만 하다 온다”는 등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소집해제되기 전까지 노인들과 보낸 2년의 시간은 한씨를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놓았다.
한씨는 1일 “내 이름을 부르고 손을 잡아주며 손자처럼 대해주시는 어르신들을 보고 가슴 깊이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위로를 주고받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군 대체복무 소감을 밝혔다. 제대한 지 1년이 돼가지만 한씨는 여전히 명절 등 뜻 깊은 날이면 해당 복지관을 찾는다. 지금은 먼저 “어르신” 하면서 넉살을 부린다고 한다. 대뜸 욕설부터 하는 노인에게도 살갑게 응대하며 능숙하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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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한지훈씨가 지난달 15일 서울 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점심 배식 봉사 중 웃음을 보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이러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복학 시기를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노인복지관을 택한 까닭에 맘 고생도 심했고 업무 특성상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한씨는 그러나 하루에 500명이 넘는 노인이 찾는 복지관에서 온갖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변화됐다고 했다.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복지관에서는 많은 노인을 인솔하고 그들의 말벗이 돼야 했다. 집에서 홀로 지내다가 복지관에 나와 미소를 되찾는 노인들을 보며 느낀 보람도 큰 소득이었다.
사회복지사들과 유대감을 쌓은 것은 복무생활에 큰 힘이 됐다. 한씨는 “힘든 일을 할 때는 복지사들이 항상 미안해했다”며 “무시당하는 일 없이 항상 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도 주변에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고 했다. ‘현역이 아니다’는 것이다. 한씨는 “떳떳하게 열심히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 전 사회복무를 앞둔 대학 동기에게 ‘복지시설은 사람을 만나는 곳’이라고 조언했다”면서 “군대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군대)거기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