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명가’ 삼성화재는 2005년 V-리그 출범 후 11시즌 동안 ‘봄배구’에 개근했다. 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챔프전에 올라 8번의 우승을 거머줬다. 그런 삼성화재가 챔프전은 고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독일 특급’ 괴르기 그로저(32·사진)가 체력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릎과 허리에 부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몰빵 배구’의 한계가 온 것일까. 임도헌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삼성화재는 현재 3연패에 빠진 상황이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그로저에게 편중된 공격을 분산시켜 줄 토종 레프트 공격수들의 화력 부족이다. 류윤식, 최귀엽 등 레프트 라인이 10점 이상을 내주지 못하다 보니 그로저 혼자 50%가 훨씬 넘는 공격을 책임진다. 상대로선 블로킹 동선이 단순해지고, 결국 그로저의 공격성공률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일 한국전력과 대전 홈경기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 준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다 내리 세 세트를 내주고 2-3 대역전극을 허용했다. 승점 3을 챙겨도 모자를 판에 승점 1 추가에 그친 삼성화재(승점 45, 16승11패)는 3위 대한항공(승점 52, 17승11패)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는 데 실패했다. 한 경기를 덜 치르긴 했으나 최근 행보를 보면 승점 7 차이는 그리 작지 않아 보인다.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되려면 3위와 승점 3점 이내로 줄여야 하지만 버거운 모양새다.
3일 열리는 대한항공과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삼성화재의 올 시즌 농사가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화재로선 반드시 승리해 승점 차를 줄여야 한다. 혹여 패해 승점차가 10점까지 벌어지면 설마설마했던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구미에서는 현대캐피탈이 KB손해보험을 3-2(25-17 20-25 25-20 25-27 15-11)로 누르고 파죽의 10연승을 달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