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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증거 확인돼야 대북 제재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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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닌 주한 러 대사 밝혀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북 양자 제재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북핵 5자(한·미·중·러·일)회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반대라는 러시아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티모닌 대사가 이날 우리에게 생소한 러시아외교관의날(10일)을 명분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사드 배치설이 나오는 민감한 시기에 서울에서 직접 한국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러시아 정부 입장을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논란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는 한·미 판단에 따라 진행 여부가 결정될 문제이지만, 대북 제재나 5자회담은 러시아의 동의나 협조가 필수적 사안이어서 논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대북 제재와 관련해선 양자 제재의 경우 북한의 고립을 초래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한·미와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그는 “제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북한에서 어떤 실험이 이뤄졌는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확인할 근거가 없고, 세계 어느 나라도 북한 주장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어떤 실험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한 뒤에 어떤 제재를 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안보리 차원에서의 중·러 공조에 대해선 “양국(중·러)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제4차 핵실험)이 사실로 확인되면(if confirmed), 국제사회의 혹독한 대응(harsh response)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외교적 해결, 관련국의 최대한 절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 조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미·일이 과거와 차별화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를 추진하지만 수소폭탄 실험인지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을 경우 안보리의 고강도 대북 제재 결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티모닌 대사는 대북 제재가 남·북·러 협력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이 평양에 추가적 제재를 가하려는 것은 (남·북·러)3자 프로젝트 실현에 추가적인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남북관계 정상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장(러시아학)은 “러시아의 대북 제재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선 북·러 관계 악화에서 오는 러시아의 손실을 우리가 보충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러시아에 줄 당근이 없다”고 말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