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부터 13개월 동안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한 채 줄곧 감소세를 보였다.
급기야 지난 1월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5%나 급락했다. 6년5개월 만에 최대치의 감소 폭이다.
1월 수출액은 367억 달러로 지난해 월간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3월의 468억 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100억 달러가량 쪼그라들었다.
◇ 저유가에다 글로벌 밸류체인 붕괴로 '속수무책' =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연일 수출 지원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주형환 신임 장관은 취임식까지 뒤로 미루면서 수출 현장을 누볐다. 3일에는 여러 부처와 민간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도 주재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주력산업, 문화콘텐츠, 보건복지, 농수산, 금융, 세제, 마케팅, 통관 등 각 분야에서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수출 지원책을 꺼내놨다.
주형환 장관도 "모든 부서와 유관기관의 리소스를 수출 회복에 쏟아 붓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와 민간의 이같은 총력전에도 당분간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우리 역량을 넘어서는 대외 여건이 수출 회복의 발목을 꽉 움켜잡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저유가와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요약된다.
유가는 지난해 1월 45.8달러에서 올해 1월 26.9달러로 '반토막 수준'이 됐다.
석유 관련 제품의 단가도 따라서 곤두박질했다. 1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에서만 16억 달러의 수출 감소분이 생겼다.
지난해 수출 전체를 살펴보면 유가 하락 영향분만 빼면 연간 수출 감소율은 -7.9%에서 -2.9%로 줄어든다. 저유가 기조가 우리나라 수출에 가장 큰 악재인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 수출 하락세를 더욱 부채질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7% 마지노선이 붕괴해 6.9%를 기록했다.
또 중국은 내수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한·중·일 3국 간에 유기적으로 형성됐던 글로벌 밸류 체인(국제 분업)도 약해지고 있다.
◇ 마른 수건 짜내듯 총력전…구조적 악재 걷어내려면 = 우리나라 수출은 현재 구조적인 악재에 완전히 둘러싸여 갇힌 느낌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저유가의 지속 등 복합적인 문제가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를 위축시키고 한국 수출이 안 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온갖 정책을 동원한다고 한들 상황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정부로서는 한마디로 뾰족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 이같은 대외 여건에서는 한국 경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수출 대기업의 한 관계자도 "전자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업종의 경우에는 마른 수건을 짜낼 만큼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수출을 더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새로운 수출 주력업종을 발굴해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데 단기간의 정부 정책으로 이러한 변화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단기 처방보다는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전경련 홍성일 재정금융팀장은 "4대 구조개혁처럼 근본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수출대금이나 환율 수출 보험을 늘리는 등 단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노동시장 구조개혁, 기업 체질개선에 정부가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주 장관은 이날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에서 "지나친 비관은 금물"이라면서 "어렵지만 잘 찾아보면 기존 주력시장은 물론 신흥시장에서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언급했다.
사면초가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묘수를 찾아내야 하는 우리 정부의 답답함이 담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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