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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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아파트 평수 따라 따로 노는 아이들 어쩌죠?

증여나 상속 등으로 ‘부(富)의 대물림’이 심화될 경우 사회 전반의 역동성이 저하됩니다. 상대적인 박탈감에 부자 계층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는데요.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사회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수저 계급론'에도 짙게 깔려 있습니다.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 있는 청년층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내용인데요. 열심히 노력해 부모세대보다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면, 청년층이 더 열심히 일할 동기가 감소해 결국 사회가 역동성을 잃게 된다는 지적입니다.

#1.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사는 김모(23)씨는 공사판을 전전, 막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가지 못했기 때문.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바로 사회로 뛰어들어 현재 공사 현장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내가 장남인데다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아 공부가 아닌 돈벌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나이를 더 먹기 전 대학교에 가 공부를 하고 싶지만,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꿈도 못 꾸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박모(12)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 따돌림을 받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다른 친구들보다 작은데다 임대주택이기 때문. 박군은 "넓고 화려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은 자신감이 넘친다"며 "이 애들은 나랑 말도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금·은·동수저에서 흙수저까지, 자식의 경제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수저 계급론. 저성장·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상속으로 받은 자산의 중요성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다.

금수저보다 더 누리고 산다는 다이아몬드수저, 백금(플래티늄)수저로 수저 계급론이 진화할 수밖에 없는 미래가 한국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민간이 축적한 부에서 상속·증여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는 낮았다.

◆부모 재산에 따라 다이아몬드수저에서 흙수저까지…

이런 내용은 최근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낙성대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공개한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 논문에 담겼다.

김 교수는 불평등 문제를 전 세계적으로 공론화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제안한 방법을 이용, 한국인의 자산에서 상속 자산의 기여도가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를 추정했다.

그 결과 상속·증여가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은 1980년대 연평균 27.0%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29.0%가 됐고 2000년대에는 42.0%까지 치솟았다.

민간이 쌓은 자산이 모두 100만원이라고 할 경우 1980년대에는 27만원이 부모에게 상속받은 것이다. 나머지 73만원은 저축 등으로 모은 것이었지만, 상속으로 쌓인 자산이 20년 만에 42만원으로 불어났다.

◆韓 상속 비중 높지만 다른 선진국보다는 낮아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의 비율은 1980년대 연평균 5.0%에서 1990년대 5.5%, 2000년대 6.5%로 높아졌다. 2010∼2013년 평균은 8.2%로 껑충 뛰었다.

한국에서 상속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해도 다른 선진국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전체 자산에서 상속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기준 △독일(42.5%) △스웨덴(47.0%) △프랑스(47.0%) △영국(56.5%)이 한국보다 높았다.

이처럼 올해 양극화의 심화로 수저 계급론이 더 확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는 차세대 성장엔진으로서 차별화 전략이 테마가 될 전망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올해 경제·사회·기술 분야의 떠오르는 화두를 선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 저물어

경제 분야에서는 차세대 글로벌 경제 성장엔진의 주역으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경제의 끊임없는 경쟁구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국가 간 산업 격차 유지를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품질·기능성 향상 등에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기업 의존형 성장의 한계가 부각되고, 높은 가치창출의 원동력인 기업가정신의 함양이 강조될 것으로 점쳐졌다.

인구 절벽 해소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이민 정책을 추진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노동인구의 국제적 이동이 증가, 불평등 같은 경제·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어떤 계층으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성공 결정?

사회 분야에서는 고령화의 그늘로 빈곤에 따른 생계형 노인 범죄가 증가하고, 인구 절벽 문제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양극화의 심화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어떤 계층으로 태어나느냐가 성공을 결정한다는 수저 계급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