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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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로 실적 ‘쑥’… 정유사 부진 털다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
작년 1조9800억 ‘흑자 전환’
GS칼텍스도 1조3000억원
휘발유 정제마진 개선 ‘실적잔치’
올해도 저유가 기조땐 ‘쾌청’
정유사들이 2014년의 악몽을 털어내며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글로벌 저유가 기조로 매출은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정제마진’이 급등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상승했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8조3599억원, 영업이익 1조98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7년 만의 적자를 냈던 전년도(영업손실 1828억원)보다 이익이 2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실적 반전의 주역은 아이러니하게도 2014년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석유사업 부문이다. SK는 이 부문에서 매출 35조2996억원, 영업이익은 1조2991억원을 거뒀다. 반면 유가와 실적이 직접 연결되는 석유개발사업은 전년 대비 85.6% 감소한 6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화학사업은 전년 대비 20.1% 증가한 4313억원, 윤활유사업은 예년 수준인 29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실적호조에 힘입어 배당금을 사상 최고 수준인 주당 4800원으로 결정했다. 

이날 GS칼텍스도 지난해 28조3392억원의 매출과 1조305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전년도에는 45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GS칼텍스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 속에 지난해 직원들에게 월급의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에쓰오일도 매출액 17조8903억원, 영업이익은 8775억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이 역시 2011년(1조6337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좋은 성적표다.

4개 정유사 중 마지막으로 4일 실적을 공개하는 현대오일뱅크도 2014년 실적을 월등히 뛰어넘는 호실적이 예상된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13조원대 매출과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226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2014년보다 이익이 3배 가까이 늘어난다. 정유사들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매출은 일제히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급상승하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매출 저하는 저유가 기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가공)한 뒤 휘발유, 경유 등으로 다시 판매하는데, 저유가로 휘발유 소비가 늘면서 원유 구매와 석유 제품 판매가격의 차이인 정제 마진은 월등히 좋아졌다.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2011년 배럴당 8.2달러에서 2014년 5.9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015년에는 7.7달러로 다시 크게 올랐다.

실제 기름값 자체가 떨어지면서 매출은 줄었지만, 지난해 정유 4사의 판매량은 늘었다. 지난해 석유제품 생산량은 9억5170만7000배럴, 수출물량은 4억3264만9000배럴로 각각 전년 대비 3.0%, 2.1% 증가했다. 수출 상대국도 2014년 55개국에서 지난해 66개국으로 크게 늘어났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하락에 따라 전년 대비 매출은 줄었지만,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증가와 정제마진 호조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진다면 정유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 역시 밝다. 올해 1월 정제 마진은 9.9달러까지 치솟았다. 변수는 유가의 급격한 하락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판매하는 과정에서 국제 유가가 뚝 떨어지면 큰 재고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2014년 정유사들의 어닝쇼크는 유가의 급격한 하락이 주 원인이다. 하지만 이미 유가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재고손실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분석이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