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 |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아관파천 이후 러시아의 지지와 협력을 배경으로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탈바꿈하고 고종이 황제로 등극하게 된 것은 조선을 근대적 주권국가로 변모시키기 위한 고종황제의 북방외교의 산물”이라며 “고종 정부의 북방외교가 오늘날 한국정부의 유라시아이니셔티브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홍완석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은 “최근 한반도 및 동북아를 에워싼 주변 열강들의 격렬한 파워 게임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구한말 시대의 데자뷰 느껴진다”며 “역내 패권 장악을 위한 세력투쟁이 과거 청·일의 대립에서 오늘날 미·중 대결로 환치되었지만 러시아가 일종의 세력 균형자로서 신동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구대열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아관파천, 그때와 지금’을 주제로 한 기조 연설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평화적 주변 환경 유지를 선호한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에 만족한다는 것은 아니다. 모두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다만 과거와 같이 맹목적 무력이란 수단을 앞세우지는 않는다”며 “이것이 오늘날 동아시아 정세가 평화가 아니고 그렇다고 전쟁의 분위기에 휩싸인 위기의 시대도 아닌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완석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 |
장덕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핵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역할론과 관련, “단기적으로 중·러를 제재에 동참하도록 설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이 지나치게 중·러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최근 한국정부에서 거론하고 있는 북한을 제외한 5자(한·미·중·러·일)회담은 그리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며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대북 압박이든 평화적·외교적 방식이든 중·러의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그런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으며 탁상공론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러시아 역할에 대해 “러시아는 소극적 평화에 대한 기여뿐만 아니라 적극적 평화, 나아가 완전한 평화에 이르기까지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산을 가진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한국의 파트너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