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박스 제공 |
영화 속에서 법은 어떻게 그려질까? 법을 다루는 사람은 때로는 악마를 징벌하는 신의 모습으로 , 때로는 악마의 편에서 하수인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가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의 꽃미남 사기꾼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내용의 범죄 오락영화다. 황정민, 강동원이라는 대세 남자배우들의 조합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감옥에서 계략을 꾸미는 내용과 감옥 동료와의 버디 플레이를 보면 '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치밀한 재욱(황정민 분)과 긍글맞은 치원(강동원 분)의 두 뇌플레이는 관객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법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법이 말하는 정의가 현 실의 정의와 동떨어져있다는 문제의식을 다룬 작품들도 많다. '돈크라이마미' '노리개' 등은 법 의 허점을 노리거나, 법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진정으로 사람을 위한 법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거나 그런 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도 있다. 그 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사는 물고 물리는 대결을 펼친다.
검사는 권력을 지키는 하수인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진정한 사법정의를 실현하려는 두 종류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공공의 적2'의 강철중처럼 무모할 정도로 자신의 정의를 부르짖는 검사의 모습도 있지만 철저히 권력의 하수인으로 나서는 모습도 있다.
변호사 역시 돈만 주면 범죄자의 죄까지 무죄로 만들어 버리는 악마의 하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그려지기도한다. 선과 악이 아닌 자신이 믿고 있는 법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검사외전'의 변재욱은 거친 수사 방식으로 성과를 올리지만 그 과정에서 누명을 쓰게 된다. 변재욱은 자신이 믿고 있는 법과 정의를 실현하려다가 오히려 역공을 받은 것이다. 법의 칼을 휘두르던 검사에서 감옥에 갇히는 죄인 신세가 됐다.
감옥에서 복수의 칼을 갈던 변재욱이 선택한 것은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치원이었다. 치원을 무죄로 만들어 감옥에서 내보낸 뒤 자신의 무죄를 밝히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노하우는 물론 자신과 싸웠던 변호사들의 방식을 써야 하는 것이다.
법을 다룬 영화들 중 '변호인'의 송우석(송강호 분) 변호사는 억울하게 죄인이 된 사람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거대 권력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반면 '내부자들'의 우장훈(조승우 분)은 정의실현을 위해 수사하기 보다는 큰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출세하고 싶은 욕망이 크다.
'검사외전'의 변재욱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진실을 추적한다기 보다 진실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것이다. 때문에 검사 시절 자신의 방식 대신 다른 방식으로 해결을 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검사외전'의 흥미를 자극하는 점이다.
사진=데어데블 스틸컷 |
과거의 법정 영화에서 가해자는 악, 피해자는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데어데블'에서는 "악은 선의 반대말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추악한 이면"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
'검사외전'은 이전 법정영화에서는 엄숙하고, 숭고한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대신 치열하고, 집요하게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여창용 ent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