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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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원내대표 4인의 엇갈린 운명

‘이한구, 최경환, 이완구, 유승민 의원.’

19대 국회 원구성 이후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의원은 4명이다. 원내사령탑으로 국정운영을 이끌며 승승장구했던 이들의 정치적 명암이 최근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한구 의원은 지난 4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됐다. 공천관리위원장은 여당의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자리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TK(대구·경북) 물갈이’를 완수해야 하는 임무도 주어져 있다.

그는 당초 총선 불출마 이후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직을 맡아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던 이 의원은 국가부채 문제를 비판하는 등 소신이 강하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이 의원 발탁을 주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그가 이제 박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천권을 다루는 심판관 자리를 꿰찼다. 현역의원을 물갈이하는 저승사자가 된 셈이다.

친박 최고 실세인 최 의원은 ‘진박 감별사’로 나서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공천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제부총리직을 내려놓은 그는 한 때 부동산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초이 노믹스’를 이끌며 주목을 받았으나 우리나라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시절 성과가 미진했던 것을 이번 공천을 통해 만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TK 물갈이’를 관철시켜야만 유승민 의원과 경쟁중인 TK 맹주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최 의원의 친박 마케팅이 TK에서 역풍을 야기하고 있어 TK 물갈이 뜻대로 될지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대구 친박의 공천 성적표가 최 의원의 미래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완구 의원은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다. 성완종 리스트로 검찰수사를 받은 이 의원은 1심에서 유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국무총리에 올라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기염을 토했으나 성완종 리스트로 몰락했다.

유 의원은 비박계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그는 지난해 원내교섭단체 연설에서 대선공약 파기에 대해 자성하며 따뜻한 보수를 천명해 정치권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대립하다가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 ‘배신의 정치’ 발언을 통해 유 의원 뽑아내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친박 진영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자객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유 의원의 전국 인지도와 정치 경륜은 진박들의 파상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유 의원이 친박의 견제를 뚫고 당선된다면 박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지고 친박 진영이 와해될 공산이 크다. 유 의원은 TK를 기반으로 여권의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