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S 스토리] 일·취미 병행… 세원 발굴서 영농기술 전파까지 ‘재능행정’

[‘아이디어 창고’ 공무원 동아리]
공직사회에 학습동아리 조직이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의 자율적 참여로 이뤄지는 학습동아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체감행정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이 학습동아리 제안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회를 열거나 인사 인센티브·예산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습동아리 활발

경북 포항시는 흩어져 있던 학습동아리의 체계적인 활동지원과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정책기획단을 만들었다. 지난해는 4개 동아리에서 공무원 27명이 문화관광과 경제산업, 복지환경, 지역개발 등 4개 테마를 갖고 연구와 학습활동을 했다.

올해는 ‘바다 빛내기 팀’을 비롯해 5개 동아리가 만들어져 랜드마크 조성과 도심 재생, 복지허브 구축 등 다양한 테마를 연구하고 학습할 계획을 마련했다.

경기 과천시는 소울시정 연구단, 전남 나주시는 시정연구 ‘뜻세움’ 모임을 만드는 등 전국 지자체들이 비슷한 학습동아리 연합체를 형성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한 학습동아리를 만들어 공직사회에서 호평을 받기도 한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공무원들은 지난해 세법학습동아리인 강세를 발족했다. 강세는 세법 기본체계 이해를 위한 주요 세법조문을 강독하고 세법용어 및 조문에 대한 토론을 통해 세법 이해를 넓히고 있다. 특히 세법조문 암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재부에는 각종 취미나 학습 동아리가 많지만 세법공부 동아리가 결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북 경주시 농촌지도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다모 회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달청에서는 한학에 관심이 있는 조달 공무원들이 의기투합해 조달서당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옛것을 익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창조적 사고를 함양한다는 온고지신의 취지에 공감해 14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매월 한 차례씩 열리는 조달서당은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사서와 사기열전 등의 인물과 세상의 이치를 담은 한시의 의미 등에 대해 강의를 듣는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회원이 30여명으로 늘었다. 도서실에는 인문학 서적 대여가 많아졌고, 강의를 듣고 싶다는 요청도 이어짐에 따라 수업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충남 보령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러브아트 동아리의 활약도 다양하다. 이 동아리는 지난해 작품전시회와 음악연주회를 가졌다. 전시회에는 서예와 수채화, 도자기페인팅, 칠보공예 등 회원 11명이 모두 66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오혜영 러브아트 회장은 “공무원들이 업무뿐만 아니라 문화취미 활동을 통해 다양한 재능을 뽐내고 있다”며 “앞으로 시민들을 위한 재능기부로 연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지식으로 공직사회 새바람

학습동아리의 활동이 활성화하면서 공직사회에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시 강화군 농정과,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7명으로 구성된 비상의 나래 동아리는 농업보조금 개혁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들은 매달 1, 2회 모임을 통해 강화군 농업보조 사업 현황 및 문제점, 해외정보 수집, 타 분야 보조금과의 차이점 및 효율적인 보조금 운영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학습동아리 ‘다모’ 회원들이 와인제조 교육을 받고 있다.
경주농업기술센터 제공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농업정책 변화 속의 보조금 관리 및 문제점 비교분석 등 전문적인 지식은 대학교수 등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있다.

특히 타 지역 벤치마킹을 통해 농업보조금 사업 추진, 집행 및 운영 등에 관한 우수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 신백동사무소의 학습동아리 청하의 꿈은 ‘총명 핫도그’와 ‘한방 와플’을 개발했다. 총명 핫도그는 길거리 간식 인기 1위인 핫도그와 총명탕을 결합시킨 것이다.

기존 핫도그 밀가루에 물·우유 대신 총명탕을 써서 반죽해 건강에 좋은 간식으로 탈바꿈시켰다. 한방특화도시 제천의 이미지를 알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총명탕은 원지·백봉령·석창포 같은 약재를 달여 만드는 것으로, 두뇌활동을 돕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 와플은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와플에 설탕 대신 단맛이 나는 황기와 감초 등을 넣어 당분 섭취를 줄이도록 했다. 이 동아리는 총명 핫도그와 한방 와플을 직접 만들어 시식회를 한 결과 한약재 냄새도 거의 나지 않고 맛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시 지방세 동아리의 활동도 눈에 띄고 있다. 세정담당관실 6~7급 세무공무원이 주축이 돼 2012년 11월 구성된 울산시 지방세 학습동아리는 지난해 숨은 세원 발굴과 고질체납 정리를 통해 65억9300만원을 징수했다. 또 10여개의 제도개선을 통해 7억1800만원의 세수증대 효과를 거뒀다.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 수목원 야생조류모니터링 동아리’는 ‘알비노 곤줄박이’를 국내 처음으로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동아리는 석모도 수목원에 총 18개의 인공새집을 설치해 새들이 산란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중순부터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새집은 국립산림과학원이 디자인 특허를 받은 모니터링용 새집을 설치했다.

이 중 2개의 새집을 제외한 16개의 새집에서 박새와 곤줄박이의 둥지가 형성됐다. 동아리 회원들은 각각의 새집에서 둥지가 만들어지고 알이 부화한 후 아기 새가 둥지를 떠나는 과정을 기록, 석모도 산림의 조류 데이터를 체계화하고 있다. 특히 ‘알비노 곤줄박이’는 과거 학회에 보고된 적이 없는 첫 번째 발견으로, 학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포항=장영태 기자, 전국종합 3678jy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