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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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부시리 사냥… 제주판 ‘노인과 바다’

EBS ‘한국기행-바다의 명장들’
11일 오후 9시30분 EBS ‘한국기행-바다의 명장들’에서는 ‘부시리’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겉모습이 방어와 꼭 닮은 물고기인 ‘부시리’는 제주도에서는 흔히 ‘히라스’라고 불린다. 비전문가가 방어와 부시리를 구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회를 떠 보는 것이다. 방어 회는 색이 붉고, 부시리 회는 희다. 맛도 방어에 비해 부시리는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편이다.

하지만 바다의 어부들에게 방어와 부시리는 물고기의 특성과 그에 따른 잡는 법까지 각기 다른 어종이다. 모슬포에서 방어와 부시리를 잡는 허덕선 선장. 이번 해는 제주도 앞바다에서 방어를 보기 힘들었다. 온도에 민감한 방어의 특성 때문이다. 허 선장은 방어 대신 부시리를 잡으러 모슬포항을 나선다. 제주도 푸른 바다 위에서 5∼10㎏에 달하는 부시리를 잡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부시리를 잡는 허덕선 선장의 이야기가 11일 오후 EBS ‘한국기행-바다의 명장, 바다의 로케트 부시리 사냥꾼’을 통해 방송된다.
EBS 제공
허 선장과 같은 베테랑에게도 부시리를 기다리는 시간은 자기와의 싸움에 가깝다. ‘노인과 바다’를 생각나게 할 만한 자연과의 정면승부인 것이다. 언제 부시리가 나타날지 숨 죽이고 기다리는 허 선장. 20∼30년 된 ‘바다의 명장’에게도 바다는 미지의 세계이다.

오랜 기다림 후, 바다 밑에서 입질이 오면 허 선장의 온 몸에 긴장감이 가득해진다. 부시리와의 승부에서는 초반 기선제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험에 처했다는 느낌이 오면 바위 틈 속으로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허 선장은 부시리가 물렸다는 느낌이 오면 손 끝에 온 정신을 쏟는다. 낚싯줄이 벽에 쓸려 끊어지기도 한다. 힘세고 지구력 강한 부시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허 선장은 오늘도 망망대해를 향해 배를 몬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