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시내 한 노동복지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둔 백성현(28)씨는 “선거 때만 다포세대니 흙수저(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청년세대)니 하며 청년을 입에 올리면서 선거만 끝나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기존 정당의 행태에 지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씨는 노동복지센터 근무 이전, 한 경비업체 소속으로 은행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평범한 삶을 꿈꾸는 것조차 버거운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 1년마다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계약직이라는 근무 형태 때문에 결국 일을 관뒀다.
청년세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흙수저당’이 지난 5일 서울역 앞에서 청년고용세 신설을 내용으로 한 1호 법안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흙수저당 제공 |
청년들이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자기 세대를 대변하는 정당 창당에 나섰다. 출구 없는 포기를 강요받는 청년세대가 직접 정치활동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흙수저당은 오는 13일 서울에서 추진위원을 포함해 청년문제의 심각성에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 발기인대회를 열고 정식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어 이달 말부터 3월 초까지는 각 시·도 지구당 창당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이들은 1호 법안으로 ‘청년고용세’ 신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10대 재벌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려 청년 일자리 마련에 투자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흙수저당 활동을 접하고 추진위원에 이름을 올린 취업준비생 이지수(26)씨는 “졸업이 임박하면서 대출받은 학자금의 상환, 취업난 등 문제가 새삼 내 일로 들이닥쳤다”며 “같은 문제를 겪는 또래 친구들과 직접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경은 흙수저당 집행위원은 “기존 제도권은 N포세대, 다포세대를 대변하는 데 실패했다”며 “진짜 청년의 요구를 제대로 모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환·남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