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데뷔한 이은혜는 식스맨 생활을 접고 올 시즌 처음 주전으로 도약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이은혜를 마음속의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MVP라고 꼽았다. WKBL 제공 |
위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가드 이승아가 발목 부상에서 회복이 더디자 백업이던 이은혜를 선발로 내세웠다. ‘준비된 가드’ 이은혜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전 경기를 뛰면서 팀 우승에 숨은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은혜는 10일 통화에서 “같은 우승이더라도 여느 해보다 뜻깊다. 지난 세 시즌 통합우승을 했지만 경기에 뛴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도움이 못 됐다”면서 “올 시즌에는 많이 뛰어 우승에 일조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스틸이다. 지난 시즌 총 16개 스틸을 기록한 그는 올 시즌 47개 공을 훔치며 강아정(청주 KB), 김단비(인천 신한은행)에 이어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추세라면 데뷔 첫 타이틀을 노려볼 수도 있다. 이은혜는 “감독님이 상대가 속공을 할 때 가만두지 말고 파울을 해서라도 끊거나 뒤에서 뺏으라고 지시한다. 발이 빠른 장점을 활용해 뺏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며 “처음에는 스틸왕 욕심도 났는데 지금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타이틀은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5∼16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우리은행 선수단이 지난 7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
이은혜는 프로에 와서 별다른 활약이 없었기 때문에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다. 청소년 대표로는 뛰었지만 성인 대표팀으로는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한국 여자농구는 오는 6월 프랑스 낭트에서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른다. 이은혜는 “아직 대표팀에 갈 정도 실력은 못 된다”면서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면 더욱 성장할 것 같다. 기회가 되면 꼭 대표팀에 가고 싶다”고 열망을 드러냈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에서는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일찍 축배를 들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챔피언 결정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은혜는 “부상 없이 남은 경기 잘 치르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꼭 우승해 통합 4연패를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10일 인천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부천 KEB하나은행이 19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한 첼시 리의 활약에 힘입어 인천 신한은행을 66-53으로 물리치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