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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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중단> "안타깝고 답답"…근로자들 정상화만 손꼽아

"설비 대부분 못 가지고 올 듯…정상화 빨리 됐으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따라 11일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과 자재, 장비의 철수 절차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 출입경이 시작되기에 앞서 공단 입주 기업인과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아쉬움과 착잡한 심정을 토로하며 '조속 정상화'를 희망했다.

개성공단으로 나가기 위해 출입사무소를 찾은 평화제화 박래율(62) 공장장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에 너무 당황스럽고 답답하다"며 "거래처와 약속한 구두를 오늘부터 실어 내기로 했는데 막막한 심정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TV를 통해 정부 발표를 접하고 너무 놀랐다"며 "오늘만 거래처로부터 주문받은 구두 1만2천 켤레를 반출해야 하는데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2013년에는 그래도 우리가 만든 제품을 원활히 가지고 나올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북측에서 제대로 승인을 해줄지 모르겠다"면서 "개성공단은 남북의 연결고리이자 대표성을 띤 창구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성공단 의류업체 주재원 김모(59) 씨는 "지인들로부터 어제 연락을 받고 폐쇄 사실을 알았다"며 "현재 승용차로 혼자 공단에 가는데 원자재를 얼마나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체는 보상을 받겠지만, 대부분 중년인 주재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 같다"며 "장비 등 설비는 들고올 생각도 못하고 있고, 설비는 북측에서 절대 내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씨는 또 "2013년에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은 사태가 더욱 심각한 것 같다"며 "개성공단이 앞으로 재개되지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전자 업체 공장장 이모(55) 씨는 "이번에 공단에 가면 설비는 가져오지도 못할 것"이라며 "설비를 가져오려면 지게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내일 오후까지 공단에서 철수하라는 통일부 지침을 받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짧게 말했다.

이날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과 자재, 장비의 철수 절차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개성공단 관문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단 입주기업 차량 150여대와 국내외 언론, 경찰 등 500여명이 몰리면서 일대가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9시부터 91명(10일전 기준)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갈 예정이었으며 9시20분 현재도 공단으로의 출경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