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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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스크에 '지카 공포'까지…사면초가에 빠진 韓경제

통제 어려운 위험 요인들 속출…금융시장 변동성 커져
정부, 시장 안정될 때까지 매일 점검회의 열기로
새해 벽두부터 중국 경기둔화와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흔들리는 한국 경제에 악재성 복병이 끊임없이 출현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우리 정부가 도입을 공식화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의 경제적 보복조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복잡한 변수가 얽히면서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에 처한 형국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국내 금융시장이 급격한 변동장세를 연출하면서 출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불안 요인을 최대한 통제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中 경기둔화에 국제유가 하락 가속화…국제금융시장 변동성↑

연초부터 대외 리스크 요인들이 잇따라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먼저 미국·중국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 가운데 중국의 경기 둔화가 지표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줬다.

중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9%에 그치며 연간성장률로 1990년(3.8%) 이후 25년 만에 7% 이상 달성에 실패했다.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25%를 넘는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작년 내내 지속된 저유가도 더 심화할 기세다.

지난해 국제유가 변동을 주도하는 세계 3대 원유 가격 평균은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유가로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입은 영향으로 전체 수출 중 신흥국 비중이 58%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조선·건설·플랜트 등 주력 분야의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 이란의 원유 수출시장 가세로 공급과잉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유가는 바닥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은 지난 10일(현지시간) 26.20달러까지 떨어져 2003년 4월 30일(22.80달러) 이후 1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작년 평균가격인 50.69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국제유가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 거래일보다 0.49달러 하락한 배럴당 27.45달러,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0.52달러 오른 배럴당 30.84달러에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 지수가 최근 며칠간 급락세를 보였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HSCEI)도 11일 5.8% 폭락 개장하면서 7,582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청문회 증언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진단하며 추가 금리 인상 지연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간밤 뉴욕 증시는 오히려 혼조세로 마감했다.

◇ 북한발 리스크·글로벌 감염성 질환 등 경제 위협 요인 산재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국제유가 급락으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기와 전염병 공포까지 겹쳤다.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복합 리스크'가 산재한 상황이다.

북한이 연초인 지난달 6일 단행한 4차 핵실험으로 한국 경제는 지정학적 위험을 떠안고 한 해를 시작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신용 등급 제약 요인으로 북한 리스크를 꼽을 정도였다.

4차 핵실험 한 달여 만인 지난 7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지정학적 위험의 강도는 잦아들기는커녕 확대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하고, 미국과 사드 도입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미의 사드 배치 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한국 정부가 2000년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냉동 및 초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배 이상으로 올리자 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보복조치를 단행, 이른바 '마늘 파동'이 일어났다.

이는 국제법까지 어긴 초강수였지만 한국 정부는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의 대중국 수출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선 이전의 '마늘 파동'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도 가뜩이나 침체한 세계 경제에 불안을 더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최악의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이 지카 바이러스의 직접적 위협을 받고 있는데, 이들 국가의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 수출 감소 등의 경로로 한국 경제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처럼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워낙 많아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 가격 변수들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

◇ 잇단 악재에 금융시장 출렁…"창의적인 정책 고려해 볼 필요"

한국 경제는 연일 쏟아지는 대외 악재 속에서 고투하고 있다.

설 연휴를 끝내고 개장한 첫 날인 11일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6.25포인트(2.93%) 폭락한 1,861.54에 거래가 끝나면서 종가 기준으로 1,870선이 붕괴됐다. 이날 낙폭은 2012년 5월16일(58.43포인트·3.08%↓) 이후 최대로 기록됐다.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202.5원으로 연휴 직전 마지막 거래일보다 5.1원 올랐다. 특히 원/엔 재정환율은 오전 한때 100엔당 1,060.27원으로 2014년 3월 3일(1,061.11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엔당 1,060원을 넘어선 뒤 고점을 높여 오후 3시께 1,067.97원까지 올랐다.

설 연휴 기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 일본 등 글로벌 증시 급락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버무려진 탓이다.

글로벌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지면서 국가 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소폭 상승했다.

뉴욕장 종가기준으로 한국물 CDS 프리미엄은 지난 5일 70bp(1bp=0.01%포인트)에서 9일 0.76bp로 상승했다가 10일 다시 74bp로 소폭 떨어졌다.

지난해 사상 최고 등급을 받은 국가신용등급의 하방 위험도 커졌다.

피치는 이달 초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점"을 등급 상향에 제약 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유가 하락, 달러화·엔화 환율의 급변동 등 불안 요인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당분간 매일 점검회의를 열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동향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11일에도 이찬우 차관보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고 과감한 대책으로 국내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2011년께에도 유럽발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겹쳐 북한발 리스크 영향이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줬다"며 "정치 불안이 경제 불안과 연결되지 않도록 북한 문제를 풀 단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탕감, 소비에 대한 과감한 지원 등 창의적인 정책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참신한 정책을 내놓아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를 깨워 경제 내부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