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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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끝없는 길… 노을 풍경에 우리도 물들었다

[강주미 세 자매의 께딸, 쿠바!] <19> 작은 마을 ‘모론’
 
12시간이나 걸리는 여정으로 모론 가는 길에 노을 풍경을 맞이했다.
작은 섬 ‘카요 코코’로 가기 위해 클래식 택시 타고 12시간 달려… 도로상태 안 좋아 차들 아찔한 주행 … ‘휴식의 섬’에선 또 어떤 풍경을 만날까


쿠바 여행에서 동남쪽 바라코아까지 여행하고 아바나를 향해 돌아가야 했다. 아바나 공항으로 갔다가 산티아고로 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아바나 공항으로 왕복표를 예매했기 때문에 다시 아바나로 향했다. 그래서 여행 경로를 짤 때 일부러 남쪽으로 바라코아까지 왔고, 이제는 이곳에서 북쪽을 거쳐서 아바나까지 갈 계획이다.

그전에 모론 근처에 있는 작은 섬 ‘카요 코코(Cayo coco)’에 가기 위해 ‘모론(Moron)’을 목적지로 삼았다.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해야만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12시간씩이나 걸릴 줄은 몰랐지만, 그 시간이 걸려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라코아에서 모론까지 거리는 600㎞ 정도지만, 산도 많고 길도 좋지 않은 구간이 많아 오래 걸렸다. 그리고 모론까지 가던 중 ‘모아(Moa)’에 들러 쉬엄쉬엄 갔다.

모론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택시를 부르는 일도 쉽지 않았다.
먼저 우리를 모론에 데려다 줄 차는 상태가 좋았다. 버스는 갈아타야 하는 구간과 시간이 맞지 않았다. 하루 만에 가려면 장거리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금액은 우리 세 명의 버스요금과 같았다. 적지 않은 액수였지만, 우리를 데려다 준 차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수고를 생각한다면, 적절한 요금이었다.

택시 기사는 ‘모아’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데, 전해줄 물건이 있어서 들러야 한다고 처음부터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모아는 멋진 바닷가라면서 우리를 설득했고,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출발해서 얼마 안 돼 모아 해변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의 부모님 가게에 도착했다. 전해줄 물건은 다름 아닌 술이었다. 워낙 외진 곳에 있어서 물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에 장거리 운전을 하는 아들이 가끔 물건을 배달해준단다. 바다는 그럭저럭 멋졌지만, 그것보다도 한적한 바닷가가 마음에 들었다. 왠지 쓸쓸한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가 좋았다.

쿠바의 작은 마을 `모아(Moa)` 바닷가는 적막하다 못해 쓸쓸해 보인다.
가도가도 도시가 나오지 않는 길을 계속 달렸다. 왕복 차선이 홀수로 되어 있는 도로를 달릴 때면 숨을 잠시 멈췄다가 몰아 쉬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왕복 3차선인 도로에는 중앙선이 없고 가운데 차선을 양쪽에서 이용했다. 그러면 정면에서 차가 달려오고 있고, 누가 역주행인지 모르는 그런 도로였다. 가까이 왔을 때, 서로 마주 오던 차 중 한 대가 옆으로 피해서 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운전사끼리 주고받는 신호라도 있는지 알아서 잘 피해간다고 해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중간도로를 이용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옆 도로가 많이 깨져 있어서 그렇게 운전을 한다고 했다. 그래도 공포는 가시지 않고, 긴장감 속에서 계속 달렸다. 왕복 5차선인 도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낮보다 더 무서워진 건 해가 지고 난 다음이었다. 가로등도 없이 희미한 차 불빛으로 저 멀리서 오는 차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낮보다 더 가까이 와서 살짝 피해 가는 정도였다. 한숨도 못 자고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갔던 나와는 달리 뒷좌석에서 숙면에 취한 언니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갔다.

모론 마을 교통수단은 자전거 택시인 비시탁시인데 다른 지역과 모양새가 달랐다.
무사히 모론에 도착한 후 숙소를 알아보러 다녔다. 처음에 운전사한테 다리로 연결된 섬까지를 목적지로 얘기했지만, 그 차는 섬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어차피 섬 숙소도 내일부터 예약한 상태였고, 모론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가야 했다. 그래도 그 운전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줄만 알았다. 알아보니, 그 섬을 가기 위한 다리는 쿠바 사람이 건너기에는 복잡한 절차가 있었다. 등록된 차량이 아니면 다리를 건널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쿠바 섬이면서도 쿠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는 섬이었다.

모론 마을에서는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모론에서 숙소를 구했고, 저녁을 먹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모론은 작은 마을이면서도 그 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잘사는 마을이 아니면서도 사람들의 씀씀이는 넉넉했다. 밤까지 문을 연 술집은 사람들로 꽉 차있고, 레스토랑이 유난히 많았다. 그만큼 장사가 된다는 이야기고, 마을 사람들이 쓸 돈이 있다는 이야기다. 늦은 시간임에도 다행히 식사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밥을 먹고 산책 겸 동네를 돌아다녔다. 내일 가기 위해 섬에 타고 갈 차도 구해야 했다. 섬까지 갈 수 있는 차를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섬 안에 공항이 있어서 리조트를 가는 관광객은 대부분 그 공항을 통해서 섬을 한 번에 간다.

모론에서 섬에 들어가는 차는 리조트 소속 택시가 있지만, 그 택시는 리조트에 있지, 모론에서 대기하고 있지는 않았다. 리조트에서 택시를 보내달라고 하면 두 배를 내야 하는 셈이었다. 그래서 갈 수 있는 택시를 수소문 끝에 다음날 겨우 구했다. 작은 언니는 공원으로, 나는 기차역으로 알아보러 갔다. 공원에서 큰 언니는 짐을 지키고 있었고, 택시를 구하든지 못 구하든지 큰 언니가 있는 곳에서 삼십 분 후에 만나기로 했다.

작은 마을 모론에 있는 아담한 기차역도 아름답다.
내가 맡은 기차역을 가보니 아담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호기심에 기차역에 들어갔더니, 운행되는 기차가 있었다. 호기심을 대충 채우고, 다시 나가서 택시를 알아봤다. 한 명에게 물어보면 열 명에게 말이 전해진다. 그렇게 하니, 금세 갈 수 있는 택시를 구했다. 언니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더니, 작은 언니도 택시를 구해왔다. 더 좋은 조건은 작은 언니가 알아온 택시였다. 그 택시로 결정하고 짐을 싣고 우리까지 실어서 어렵게 출발했다. 도대체 어떤 섬이기에 이렇게 들어가기조차 어렵게 했는지 궁금하면서도 약간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기대감과 설렘은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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