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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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서도 주사기 재사용···또 C형간염 무더기 감염

방역당국, 환자 발생 후 넉달 지나 늑장 조사 논란
제천서도 주사기 재사용했으나 C형간염 확인 안돼
강원도 원주와 충북 제천에서도 주사기 재사용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주사기를 재사용한 원주의 병원에서는 C형간염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주사기 재사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강원도 원주시 소재 한 의원을 방문한 환자 100여명이 C형간염에 감염됐다고 12일 밝혔다.

작년 95명의 C형간염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서울 양천구의 다나의원 사건보다 감염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이번 사건 역시 주사기 재사용이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특히 작년 상반기 환자가 10여명 발생한 뒤에도 제대로된 조사를 하지 않다가 넉달 가량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하는 등 늑장 대처를 했다.

방역당국은 강원도 원주시 소재 한양정형외과의원을 방문한 환자 중 115명이 C형간염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들 중 101명이 치료가 필요한 'RNA(리보핵산)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염환자들은 모두 이 병원에서 자가혈 주사시술(PRP)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 시술은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한 후 추출한 혈소판을 환자에게 재주사하는 방식이다.

방역당국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소 등의 자료를 통해 2011~2014년 이 병원에서 PRP 시술을 받은 927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감염 여부를 조사해 감염자를 찾아냈다.

101명의 RNA 양성 환자 중 54명은 1b형, 33명은 2a형으로 유전자형이 확인됐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1a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이 병원에서의 집단 감염 원인이 PRP 시술 과정에서 주사기 재사용에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PRP 과정에서 주사기를 재사용 한 것이 집단적으로 감염자가 발생한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다만 해당 병원의 원장이 작년 5월말 의료기관을 폐업하고 자료제공에 소극적이어서 조사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집단 감염 사건은 작년 연말 드러났던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과 마찬가지로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감염자수는 오히려 많다. 다나의원 사건으로 인한 감염자는 95명이다.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는 특히 작년 4~7월에만 14명의 C형간염 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했지만 방역당국은 이후 넉달 가량이 지난 11월에야 심층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14명 의심 환자들의 C형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여러가지로 다양한데다가 C형간염 발생 원인으로 지목되는 침 시술, 치과 시술, 문신 등을 한 사례도 많아 역학적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더 자세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방역당국은 심층 역학조사를 실시하면서도 그동안 집단 감염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병원 내원자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다나의원 사건과 관련해서는 집단 감염 사실을 알리고 병원의 내원자들에게 신고해서 검사를 받으라고 언론을 통해 안내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방역당국은 이날 충북 제천시 소재 양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 사실이 확인돼 내원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 의원에서 주사침만 교체하고 주사기는 재사용된 사실을 확인해 근육주사를 처방받은 환자 3천996명을 대상으로 혈액매개감염병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주사기 재사용과 이로 인한 집단적인 C형간염 감염 사례가 잇따르자 방역당국은 포상금을 지급하면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의료기관 내 종사자와 환자 등을 대상으로 1회용 주사기의 재사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해 공익신고를 접수한 뒤 의심 기관에 대해서는 즉각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신고 포상금 지급제도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신고를 유도할 계획이며 건강보험 심사 청구자료를 분석해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일제 현장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