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6년차 주부 김모(36)씨는 남편의 월급날인 매달 25일이 되면 평소보다 더 우울해진다. 월급통장에 급여가 찍히자마자 전세대출 이자는 물론, 각종 카드값과 교육비 등이 자동 이체되어 남는 돈이 없기 때문. 오는 8월 둘째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올 예정인데, 이럴 경우 경제적 부담감이 더 높아지게 된다. 김씨는 "결혼을 하면 돈이 더 잘 모일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며 "지난 설 명절에도 양가 부모님 용돈 및 조카들 세뱃돈 등으로 100만원도 더 넘게 썼다"고 토로했다.
한국 성인 10명 중 9명 이상이 평소 스트레스를 느끼며, 10명 중 4명 가량은 평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남자가 여자보다, 맞벌이가 외벌이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돈 많이 벌면 스트레스 더 받는다고?"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의 '한국사회의 사회 심리적 불안의 원인분석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의 평소 스트레스 정도를 조사한 결과 많이 느끼는 편이 34.7%, 매우 많이 느끼는 편이 3.2%로 나왔다. 10명 중 4명꼴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느낀 것이다.
조금 느끼는 편이라고 응답한 성인은 56.2%였다. 전체적으로 90% 이상의 성인이 평소 스트레스를 느꼈으며,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성인은 5.9%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스트레스를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느낀다는 성인이 약 40%에 이른다는 것은 그만큼 성인들이 취업 준비나 직장·가정에서의 갈등으로 정신적 트러블(갈등)을 자주 겪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별로는 여자보다는 남자가 평소에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가 더 심했다. 평상시 스트레스를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느낀다는 응답 비율이 여자는 각각 29.4%와 2.6%였지만, 남자는 40.0%와 3.8%로 훨씬 높았다.
◆맞벌이, 외벌이보다 스트레스 더 심해
혼인 상태와 맞벌이 여부로 살펴보면 미혼자가 결혼해서 배우자가 있는 성인보다, 맞벌이가 맞벌이하지 않는 경우보다 평소 스트레스를 더 느꼈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는 응답 비율은 미혼은 37.2%, 기혼은 34.3%였다.
매우 많이 느끼는 편이 미혼 4.5%, 기혼 2.7%로 기혼이 미혼보다 평소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덜했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느낀다는 응답이 맞벌이는 42.9%와 3.5%에 달했지만, 맞벌이를 하지 않는 성인은 28.1%와 2.2%에 머물렀다.
근무 형태별로는 평소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느낀다는 비율이 정규직은 3.5%, 자영업은 3.1%였다. 임시직은 6.0%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월 소득 수준별로는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되레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았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또는 매우 많이 느낀다는 응답이 월 200만원 미만은 24.6%와 3.2%에 그쳤다. 월 600만원 이상은 33.5%와 4.4%, 월 400만~600만원 미만은 38.3%와 3.3% 정도였다.
◆월 200미만 직장인,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덜 받는다
연구진은 19세 이상 성인 7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8일부터 9월22일까지 개별 방문면접 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을 성별로 보면 남성 3469명, 여성 3531명이다. 혼인상태별로는 △미혼 1520명 △기혼 5004명 △별거·이혼·사별 476명이다. 맞벌이 여부로는 △맞벌이 2172명 △비맞벌이 2684명 △비해당 148명 등이다.
근로 형태별로는 △정규직 2516명 △임시직 648명 △자영업 1343명 △기타 8명이다. 소득별로는 △월 200만원 미만 1161명 △월 200만~400만원 미만 2735명 △월 400만~600만원 미만 2525명 △월 600만원 이상 580명 등이다.
연령별로는 △19세·20대(19~29세) 1275명 △30대(30~39세) 1304명 △40대(40~49세) 1443명 △50대(50~59세) 1383명 △60대(60~64세) 541명 △70세 이상 767명 등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