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악화돼 증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당분간 변동성 심한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4년 만에 코스닥 매매 정지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9% 하락으로 출발한 뒤 일본 증시의 폭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지수는 수직낙하하며 8.17%까지 폭락하자 11시55분 거래가 일시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분주한 딜링룸 코스닥지수가 6% 이상 폭락한 13일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코스닥에서 가장 최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11년 8월 8일과 9일이었다. 당시 미국 신용등급 하향 충격과 세계 경제 둔화 우려로 이틀 연속 10% 이상 폭락했다. 앞서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코스닥 주식거래가 일지 정지된 바 있다.
◆증시 바닥은 어디
글로벌 경기 불안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산에서 미국·일본 등 주요국 증시 불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개성공단 가동 중단, 유럽 은행 위기 우려 등에 이르기까지 사방에서 대형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주가 반등을 기대할 만한 호재는 찾기 힘들 지경이다. 이에 코스피는 이틀 동안 4.34%, 코스닥은 10.99%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이틀 새 코스피에서 52조원, 코스닥에서 21조원이 사라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밸류에이션이 높은 코스닥에서 차익실현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도 “개별 코스닥 종목에 집중하던 투자자들이 차익실현과 위험 관리에 나서면서 개별 종목 매수세마저 실종됐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망은 밝지 않다. 드러난 악재들이 단기에 해소되기 힘든 데다 오는 15일 중국 증시가 개장해 하락하면 우리 증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지배적 견해인데, 주가 상승을 이끌 심리적 요소가 너무 약하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락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늘과 같은 패닉 장세는 심리적 영향이 크지만, 세계 경기 둔화 등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세계 증시 전반에서 나타나는 조정은 강세장에서 일시적 반락으로 보기에 강도가 너무 강하다”며 “2009년 이후 진행된 세계 증시의 강세장이 일단락되고 약세장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1800∼1850선을 바닥으로 하는 박스권에서 이탈해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