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유명한 게임의 예제로 ‘용의자의 고민’이란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두 사람의 용의자가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경찰에 고백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도둑질을 한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경찰에서는 이 두 사람이 범인이라는 강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 묘수를 생각해 낸다. 즉 두 사람을 따로 불러 각자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각자는 그들이 도둑질을 했는지에 대해 고백을 하든지, 침묵을 하든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각자가 하는 고백은 다른 사람을 잡아가두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아무도 고백을 안 하면 경찰은 두 사람 모두 풀어주지만 둘 다 고백을 하면 둘 다 감옥에 가게 된다.
이러한 제안을 받은 두 사람은 고백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각 선택으로부터 생기는 ‘보수’를 계산해 본다.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하든, 상대방이 고백을 하든, 침묵을 하든 두 가지 경우가 가능하다.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하든 자신은 고백하는 것이 침묵하는 것보다 많은 보수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이 고백했을 때 자신이 침묵하면 혼자 감옥에 가므로 상대방의 죄까지 자기가 뒤집어써야 하지만 자신도 고백하면 죄를 나누게 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침묵했을 때 자신도 침묵하면 둘 다 풀려나지만 자신만이 고백하면 혼자 풀려나가 훔친 물건을 독차지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고백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예제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는 용의자 둘 다 고백을 하지 않으면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둘 다 고백하고 감옥을 가게 된다는 의외의 결론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예제가 현실의 많은 상황을 잘 묘사하기 때문이다.
흔히 군비 경쟁에 말려든 두 나라의 상황을 ‘용의자의 고민 게임’을 인용해 설명하려 한다. 즉 상대국이 군비에 투자를 하든 하지 않든 자신은 군비 투자를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국이 군비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군비로 상대국을 점령할 수 있고, 상대국이 군비에 투자하더라도 상대방과 싸울 수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논리를 핵 군비 투자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핵은 재래식 무기와 달라 상대방을 점령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지구상에서 없애는 데만 사용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자신이 핵으로 오염이 된 상대국에서 살 수 없으므로 핵무기를 이용해 이익을 누리기는 어렵다. 여태껏 핵 위협을 받아 상대국에 굴복당한 나라도 없다. 자신도 핵무기를 준비한다면 상대방이 핵무기로 위협할 때 같이 죽자고 할 수는 있다. 북한이 특히 지금 되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