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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의경제라운지] ‘용의자의 고민’과 냉전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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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경쟁 포기하면 전쟁서 승리 못해
핵 위협에 굴복한 나라 지금까지 없어
존 폰 노이만,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이 1944년 발표한 ‘게임이론’은 사람들의 전략적인 선택을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개발됐다. 게임이론은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의 의사결정에 따른 효과를 분석해 각자의 최적 전략을 개발한다. 특히 게임이론은 경제학을 위해 처음 고안됐지만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행동을 분석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매우 유명한 게임의 예제로 ‘용의자의 고민’이란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두 사람의 용의자가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경찰에 고백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도둑질을 한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경찰에서는 이 두 사람이 범인이라는 강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 묘수를 생각해 낸다. 즉 두 사람을 따로 불러 각자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각자는 그들이 도둑질을 했는지에 대해 고백을 하든지, 침묵을 하든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각자가 하는 고백은 다른 사람을 잡아가두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아무도 고백을 안 하면 경찰은 두 사람 모두 풀어주지만 둘 다 고백을 하면 둘 다 감옥에 가게 된다.

이러한 제안을 받은 두 사람은 고백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각 선택으로부터 생기는 ‘보수’를 계산해 본다.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하든, 상대방이 고백을 하든, 침묵을 하든 두 가지 경우가 가능하다.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하든 자신은 고백하는 것이 침묵하는 것보다 많은 보수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이 고백했을 때 자신이 침묵하면 혼자 감옥에 가므로 상대방의 죄까지 자기가 뒤집어써야 하지만 자신도 고백하면 죄를 나누게 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침묵했을 때 자신도 침묵하면 둘 다 풀려나지만 자신만이 고백하면 혼자 풀려나가 훔친 물건을 독차지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고백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예제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는 용의자 둘 다 고백을 하지 않으면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둘 다 고백하고 감옥을 가게 된다는 의외의 결론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예제가 현실의 많은 상황을 잘 묘사하기 때문이다.

흔히 군비 경쟁에 말려든 두 나라의 상황을 ‘용의자의 고민 게임’을 인용해 설명하려 한다. 즉 상대국이 군비에 투자를 하든 하지 않든 자신은 군비 투자를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대국이 군비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군비로 상대국을 점령할 수 있고, 상대국이 군비에 투자하더라도 상대방과 싸울 수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논리를 핵 군비 투자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핵은 재래식 무기와 달라 상대방을 점령하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지구상에서 없애는 데만 사용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자신이 핵으로 오염이 된 상대국에서 살 수 없으므로 핵무기를 이용해 이익을 누리기는 어렵다. 여태껏 핵 위협을 받아 상대국에 굴복당한 나라도 없다. 자신도 핵무기를 준비한다면 상대방이 핵무기로 위협할 때 같이 죽자고 할 수는 있다. 북한이 특히 지금 되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