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4일 증권사만 취급하던 투자일임업 상품을 ISA에 한해 은행에도 허용하는 내용의 ‘ISA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 어디를 가든 신탁형, 일임형 ISA 가입이 가능해진다. 신탁형은 고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서만 투자를 할 수 있고, 일임형은 위탁을 받은 금융사가 고객 대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직접 운용을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전문가가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의 편입·교체를 대신 판단해주는 일임형이 자산관리에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수수료는 비쌀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일임형 ISA에 대한 구체적인 운용지침도 마련했다. 은행과 증권사는 일임형 선택 고객을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5가지로 분류한 뒤 유형별로 2개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불완전 판매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일임형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5분 안팎의 동영상 교육도 의무화했다. 다만 은행이 ISA에 자사 예·적금 상품을 편입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제혜택이 있는 ISA에 대해 차등을 두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업권 간 칸막이를 제거했다”며 “다양한 경쟁과 혁신을 통해 ISA가 국민재산 증식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ISA 출시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업종 간 빗장까지 허물어주면서 업권 간 고객유치전 격화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전국 지점이 6배나 많은 은행이 촘촘한 판매망을 이용해 수수료가 높은 일임형 판매에 돌입할 경우 투자자의 선택권과 실수익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신 증권사들은 온라인 계약이 허용되면서 판매망 열세를 상쇄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업권에서는 은행의 일임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혔지만 ISA 활성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일단 ISA 제도가 정착되면 진짜 승부는 운용실력에서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에 모델포트폴리오 구성과 상황대처 능력이 뛰어난 증권사가 은행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