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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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 꺾였는데…가계대출 왜 더 증가하나?

1월 은행권 가계대출 2조2000억 증가
아파트 분양 호조로 '집단대출' 확대 영향
중도금·잔금 등 입주 때까지 순차적 대출로 수요 계속
"2016~2017년 집단대출 중심 주담대 3~4조원 늘 것"
새해들어 주택 거래가 둔화됐는데도 1월 가계대출은 월중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아파트 분양 호조의 영향으로 집단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16년 1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641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2000억원 늘었다. 이는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1월 기준 사상 최대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가계대출은 수치상으로는 전월 증가액(6조9000억원)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1월이 계절상 주택거래 비수기인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증가로 볼 수 있다.

통상 1월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주택거래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계대출도 같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 3년간 1월중 가계대출 증가액을 보면 2013년(-3조5000억원)과 2014년(-2조6000억원)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주택거래가 호조를 띤 2015년(1조4000억원)에만 다소 증가세를 보였다.

올 1월도 주택거래가 꺾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6000건으로 전월(8000건)보다 2000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계대출은 역대 1월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해 아파트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에 있다. 한국개발원(KDI)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약 52만호로 장기평균물량(연평균 27만호)의 두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아파트 분양을 받을 때 중도금이나 잔금, 이주비 등을 내기 위해 받는 '집단대출'도 크게 증가했고, 올해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대혁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지난해 아파트 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집단대출 수요가 증가했다"며 "집단대출의 경우 입주 때까지 몇년간 대출이 순차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대출은 상당기간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도 상당한 물량의 주택 분양과 재건축 등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2월부터 정부의 대책으로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심사 대상에서 집단대출은 직접 규제를 받지 않는 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과거 분양 물량과 향후 분양예정 물량을 감안해 2016~2017년 집단대출 수요를 추정한 결과 집단대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월평균 약 3~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