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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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척점에 선' 朴대통령-김종인, 23개월만 대면하나

金, 경제민주화로 정권창출 기여후 더민주 대표 맡아
'정치적 동지' 결별후 '정치적 반대진영' 악연 비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6일 국회 연설 후 예상되는 여야 지도부와 회동이 성사될 경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의 만남이 주목된다.

이날 회동이 이뤄진다면 정권창출의 공신이었던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야당 대표로서 처음 박 대통령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두 사람의 대면 자체가 23개월만에 처음이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2014년 3월 26일 박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요하임 바우크 독일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주최한 환영 오찬에서였다.

김성수 대변인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가 독일 정부 초청으로 3개월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하던 중 오찬 전날 독일 외무성의 연락을 받았다"며 "김 대표가 하루 만에 900㎞를 달려 이튿날 베를린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언제 독일에 오셨나"라고 묻자 김 대표가 "한 달쯤 됐다. 대통령직 잘 하시기 바란다"고 짧은 인사를 나눴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인연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삼고초려를 통해 김 대표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하던 것.

김 대표는 2012년 대선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릴 정도로 박 대통령과 긴밀히 호흡을 맞췄다.

당시 김 대표가 설계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대선에서 의제를 선점하면서 박 대통령 당선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강도높은 재벌개혁을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서 대선 전부터 두 사람 간에는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 대표는 대선 한 달 전인 11월 16일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자리에 불참한 채 칩거하면서 결별설이 나돌았다.

김 대표는 대선 직전 캠프에 복귀했지만 박 대통령 당선 이후 김 대표는 아무런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

이후 김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이 경기부양 쪽으로 기울면서 "이제 관심도 없다"는 등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고 2014년 3월 독일로 출국했다.

이렇게 '한때의 동지'로 끝날 것 같았던 양측의 관계는 김 대표가 지난달 더민주의 '구원투수'로 전격 영입되면서 '정치적 대척점'으로까지 비화했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박 대통령 생일을 맞아 자신 명의의 축하난을 보내려했지만 현기환 정무수석이 세 차례에 걸쳐 이를 사양한 것은 상징적 장면이었다.

박 대통령이 현 수석을 크게 질책하고 난을 다시 수령하는 것으로 수습됐지만 현 수석이 그런 판단을 내릴 정도로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최근에는 김 대표의 더민주가 '정윤회 비선실세 및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문건 유출의 당사자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영입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