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중소기업 ‘고혈’ 짜는 대형마트

일부 마진율 백화점보다 높아
하나로마트 최고 55% ‘폭리’
농협 하나로마트 일부 제품군의 마진율이 최고 55%에 달하는 등 대형마트들이 입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29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군의 마진율(판매가 대비 판매가-공급가 비율)이 최고 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주요 마트별 최고마진율은 농협 계열인 하나로마트가 55.0%로 가장 높았고, 홈플러스 54.5%, 롯데마트 50.0%, 이마트 45.5% 순이었다. 이 같은 마진율은 통상 25∼35% 정도인 백화점 수수료율보다 높은 것이다.

마트의 골목상권 침해와 편법 영업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기중앙회가 계약·상품거래·판촉·할인·인테리어 등 5개 부문 25개 항목을 통해 불공정거래 경험 사례를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납품업체의 15.1%가 불공정거래 행위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농협 하나로마트 납품업체가 전체 불공정거래 경험업체의 34.1%를 차지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4년 3월 말 기준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전국에 총 1842개의 대형마트와 대형슈퍼마켓(SSM)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일정 비율 이상의 농수산물 판매를 조건으로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에서 예외를 적용받는 하나로마트는 수원점에 일본 수입식자재 전문업체가 입점해 200여종의 일본산 자재를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로마트가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산업지원본부장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의 마진율이 높은 것은 이들이 경쟁적인 점포 확대로 인한 한계상황 극복을 위해 납품 중소기업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정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의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화점은 직접 상품을 구입해 책임 판매하는 직매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중소기업의 원성을 샀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백화점에 납품하는 208개 중소기업의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직매입은 3.8%에 불과하고 재고 부담이 없는 외상거래인 ‘특약매입’ 방식이 86.1%를 차지했다. 백화점이 ‘유통업’이 아닌 사실상 ‘임대업’에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