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계일보 자료실 |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소수의견이 8달 만에 나오면서 '금리인하'의 불씨는 되살아났다.
정작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은 경기대응정책이며 시간을 벌어주는 측면이 있을 뿐"이라며 "저성장 저물가라는 구조적인 문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다"고 금리인하에 선을 그었다.
◇ 국내 경기 부진하지만…대외여건 불확실성 확대에 경계
금통위의 이번달 국내 경제 판단은 악화됐다. 금통위는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소비 등 내수의 회복세도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평가해 전월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시각에서 후퇴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인하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은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에도 글로벌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또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한은이 금리인하라는 카드를 쓴다고 해도 경기부양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금처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경우 금리인하 부작용은 충분한 반면 인하 기대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을 예로 들어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경기 부양 목적으로 도입했으나 그 경로가 처음부터 작동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금리인하 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금리인하 시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총재는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은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됐으나 이달 들어 채권 자금 역시 상당폭 나가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금융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가계대출의 증가세도 한은으로서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2조2000억원이 늘어나 증가폭이 1월 기준으로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 주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국제 금융시장은 최근 변동성이 매우 커져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강세를 띄는 등 통화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소수의견에 커지는 인하기대
하지만 한국 경제가 워낙 부진한 상황이어서 올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실제 수출 뿐 아니라 내수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1월중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8.5% 감소했다. 지난달 12월중 소매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감소하면서 전월대비 0.1% 쪼그라들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채권자금 이탈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 불안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했다"면서 이는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커진 것은 인정하지만 최적의 금리인하 시점이 언제인가를 고민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밝혔다.
신동준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가 최근 3개월간 5조4000억원 가량 감소했으나 잔존만기 1년 이상의 원화채권 순투자가 늘어나는 등 추가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3월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공동락 코리아에셋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소수의견이 나왔다는 사실 외에도 통화당국이 실제 인식하는 경기에 대한 진단 역시 전월에 비해 크게 부정적으로 변했다"면서 "3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