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6일 원유철 원내대표가 공식 제안한 ‘조건부 핵무장론’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며 선긋기에 나섰다. 정부 여당이 민감한 안보 이슈를 놓고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비쳐지자 원 원내대표의 ‘개인 의견’으로 규정하며 진화를 시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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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대통령 정무특보 출신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원 원내대표가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장한 핵무장론에 대해 “우리가 무역으로 먹고사는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깨고 핵을 갖겠다고 하면 국제사회에서 무역 보복 같은 게 있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견뎌내겠는가 생각해보면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교감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홍문종 의원도 또 다른 라디오 방송에서 “국제 여건상 우리가 핵무장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외교적 방법으로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고 나오는 것이 우리가 우선 해야 할 조치”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와 함께 핵무장론을 주장한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도 원 원내대표의 핵무장론에 힘을 실어줬다. 김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도 원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핵무장론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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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원 원내대표의 핵무장론이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이라고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가 75%가 넘는 개방형 통상국가로, 감정적으로 핵무장을 선언한다면 어떤 재앙이 올지 모른다”며 “무책임한 쇼비니즘적 핵무장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 원내대표가 비현실적 주장을 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원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이것은 무지인가, 만용인가. 아니면 오직 선거인가 묻고 싶다”며 안보 이슈를 총선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