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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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메뉴 '핵항모·스텔스기'… 북에 위협될까

F-22 ‘랩터’ 전투기 4대 전개 / 일각 “전략무기론 북 위협 역부족… 김정일땐 약발, 김정은땐 안 먹혀”/국방부 “효용성 줄어들지 않는다”
세계 최강 전투기로 불리는 F-22 ‘랩터’ 4대가 17일 한반도로 출격한다.

군 관계자는 16일 “미군이 내일 F-22 4대를 한반도로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F-22는 설 이전에 전개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미국 워싱턴 폭설 등으로 일정이 다소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F-22는 적 레이더망을 피하는 뛰어난 스텔스 성능을 갖췄다. 최대 속력이 마하 2.5 이상이고 작전 반경은 2177㎞에 달한다.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주일 미 공군기지에 배치된 F-22는 2시간이면 한반도로 이동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F-22 ‘랩터’
앞서 미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나흘 만인 지난달 10일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워 무력시위를 벌였다. 지난 13∼15일에는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7800t급)가 동해를 찾았다. 내달 7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KR) 및 독수리연습(FE)에는 F/A-18 ‘호닛’ 전투기와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통제기 등 첨단 항공기 80여대를 거느린 핵항모 ‘존 C 스테니스호’(10만3000t급)가 급파된다.

핵항모 ‘존 C 스테니스호’(10만3000t급)
B-52 전략폭격기
이러한 첨단무기와 전략자산의 전개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이 말하는 3대 핵우산은 핵무기 운반수단인 전략폭격기(B-52, B-2),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칭한다. 군 관계자는 “미 전략무기의 잇단 한반도 전개는 북한의 연이은 대형 도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한국 방어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핵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 부산 입항 미국 핵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가 16일 해군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지난 13∼15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잠수함훈련에 참가했다.
부산=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략무기 전개만으로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에는 역부족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오히려 대미 의존도가 높다는 인상을 주면서 그만큼 미국의 한국 레버리지를 크게 만드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는 과거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마다 나온 단골 메뉴였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군사적 수단으로 다소 식상해진 감이 없지 않다보니 크게 새로울 것 없는 ‘쇼’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자산 전개 무용론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앞당길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미국의 첨단 전략무기 전개는 김정일 시대까지는 먹혔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약발이 다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더구나 자산 전개에 작지 않은 시간차를 두다보니 대북 압박 수위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 전략자산의 전개는 횟수가 거듭된다고 해서 효용성이 줄어들지 않는다”면서 “간격을 두고 전개하는 것은 미군의 전력 운용과 예산 등을 고려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