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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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으로 만드는 ‘개성만점 다이어리’

나만의 수첩 ‘불렛저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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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A(23·여)씨는 최근 색다른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까만 네모, 반만 채워진 동그라미, 하트 옆에 붙은 화살표는 각각 ‘과제 완료’, ‘과제 시작’, ‘다음으로 미루기’를 뜻하는 A씨만의 기호들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효과적인 자기관리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불렛저널 다이어리’.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효율적인 일정관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대학생 임모(인스타그램 아이디 monotone)씨 제공
그가 이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호들을 이용해 다이어리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시험공부를 본격 준비하기로 결심한 때였다. 공부 계획을 세우기에 적합한 다이어리를 찾기 위해 온 동네 문구점을 돌아다녔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가 없었던 A씨는 결국 해외 블로거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불렛저널(Bullet Journal)’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불렛저널은 문장이나 단어 앞에 주의를 끌기 위해 붙이는 기호를 일컫는 ‘불렛’을 이용한 작성법이다.

A씨는 “필요한 만큼 페이지를 만들고 내가 정한 규칙을 이용해 한눈에 보이게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불렛저널을)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면 ‘따라하겠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나만의 다이어리’를 갖고 싶은 젊은이들 사이에 불렛저널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효율적인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거 시간대별로 일정을 짜는 데 용이했던 ‘프랭클린 플래너’가 열풍을 일으켰던 것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미 정해져 있는 틀이 아닌 사용자 각자의 개성을 추구한다는 점이 다르다. 공부든 일이든 다른 사람과 같은 방법으로 작성하고 싶지 않다는 젊은 세대의 욕구에 맞춘 불렛저널은 어떤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모양도 구성도 제각기 다르다. 

불렛저널 사용자들은 주로 모눈으로 이뤄진 모눈노트나 줄이 없는 노트를 쓴다. 이런 노트를 사용하면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밀 충분한 여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여백에 중간중간 메모를 하거나 계획을 세우고 난 뒤 빠진 내용을 더 적을 수 있다. 또 모눈노트에 있는 가로세로선을 이용해 도형과 그래프를 그리기도 쉽다. 텍스트로만 이뤄졌던 기존 다이어리와는 다른 시각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한 작성법도 장점이다. 먼저 맨 첫 장에 자신이 정한 기호를 적는 목차란을 완성하면 다음 장부터는 매달, 매일 해야 할 일과 약속 등을 적기만 하면 된다. ○는 과제, △는 과제를 다 하지 못했음, ?은 친구들과의 약속이라는 식으로 내 마음대로 기호를 정한다.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개수의 기호를 정하면 각 기호가 어떤 항목과 연결되는지를 맨 앞장에 적어두면 된다. 불렛저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여러 할 일을 기호로 표시하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체계적인 일정관리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열풍에 맞춰 노트를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발매된 책 ‘모눈노트 공부법’의 저자 다카하시 마사후미는 “노트의 기능에는 ‘기억하다’, ‘생각하다’, ‘전달하다’ 등 3가지 기능이 있다”며 “이 3가지 기능을 인생의 단계 혹은 필요한 기능에 따라 의식적으로 구분해 사용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바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글머리와 단락을 맞출 수 있고, 자나 컴퍼스를 쓰지 않고 도형이나 그래프를 작성할 수 있는 등 모눈노트의 기능을 적극 활용하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색색깔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표시하는 등 다채로운 시각자료를 활용해 효과적인 자기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17일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따르면 현재 유통, 판매되는 다이어리 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 형식의 다이어리는 크게 모눈, 무지, 줄선, 점 노트 등 4가지로 이뤄진 것들이다. 다이어리 브랜드 중 하나인 로이텀 다이어리의 최근 3개월간 판매량을 살펴보면 모눈노트의 판매량이 지난해 11월 46%, 12월 50%, 지난 1월 42%로 꾸준히 절반 수준을 유지하는 등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일, 주, 월의 양식을 따르지 않고 직접 소비자가 본인의 경험과 생활패턴에 맞춰 제작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꾸준히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