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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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받은 박지원이 말한 '檢과의 13년 악연'은?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박지원(74·사진) 의원 상고심에서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부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로써 박 의원은 사실상 무죄가 확정돼 20대 총선 출마 등 향후 정치적 행보에 거리낄 것이 없게 됐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저축은행에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18일 대법원에서 사실상 무죄 선고를 받았다.

박 의원은 2008∼2011년 솔로몬저축은행에서 2000만원, 보해저축은행에서 3000만원, 보해양조에서 3000만원 등 모두 8000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전부 무죄로 판단했으나 2심은 “박 의원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며 3000만원 수수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1심이 오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면서 제기한 의심에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 이러한 의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 전 대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항소심이 1심 판단을 함부로 변경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판결 이유다.

박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검찰과의 13년간 악연을 오늘로서 끊겠다”며 “이번 총선에 출마해 전남 목포 시민의 심판을 다시 받겠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대법원이 이미 무죄 취지로 판결한 이상 박 의원 재판은 이날로 종료한 것과 마찬가지다.
박지원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사법부에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며 “20대 총선에 출마해 전남 목포시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검찰과의 13년 악연’은 노무현정부 첫해인 2003년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것을 뜻한다. 송두환 당시 특별검사는 박 의원이 지난 2000년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에게서 김영완씨를 통해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뇌물로 받은 정황을 포착해 박 의원을 구속수감했다. 이 사건은 특검 종료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 넘어가 남기춘 당시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이 고군분투하며 수사를 이어갔으나 끝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박 의원은 2014년 8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만만회(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박지만 EG 회장·정윤회씨)’라는 비선 조직을 동원해 인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발언한 것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난 박 의원은 “국민들에게, 특히 목포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탄압을 받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위축되지 않고 검찰 개혁은 물론 사법부 정의를 위한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우리 정치권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다시 한번 사법부에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