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제재법을 발효시킴으로써 미국이 유엔 안보리를 통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대북 응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대북 제재법안을 통과시킨 지 6일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법안 처리 때보다 신속히 대북 제재법안에 서명함으로써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강행하는 북한을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법의 내용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조항은 제재 대상의 범위이다. 이 법은 북한과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개인과 단체로 제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미 행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이 국제 경제 체제와는 유리돼 있어 북한에 대한 경제, 금융 제재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북한의 경제, 무역 거래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북한에 경제적인 타격을 입히기 어렵다. 대북 제재법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개인과 단체로 제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흑연 등 북한 광물 거래를 제재하는 조항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북한이 광물 거래를 하는 주요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광물 거래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대북 제재 법안에 서명했고 법안은 즉각 발효됐다. 워싱턴=AP연합뉴스 |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의 칼을 빼들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미 의회가 대북 제재법안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의회에 요청했다. 또한, 이란에 적용했던 것처럼 강제적으로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미 의회는 행정부가 이 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 입법 조치를 통해 제재 수위를 높인다는 입장이다. 향후 대북 제재법안 이행 과정에서 미 의회와 행정부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