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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안띨리아 |
머리카락은 바람에 가냘프게 흩날린다. 오른쪽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 바다는 푸르고 햇살은 따사로운데. 색감은 정열적이고 밝지만 여자는 근심가득한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온다. 이토록 아름다운 와인이 또 있었던가. 뭔지모를 슬픔을 간직한 듯한 여인을 담은 레이블은 한폭의 예술작품이다. 마치 여인의 무한한 애수와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던 모딜리아니 작품처럼.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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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로 패밀리. 왼쪽부터 아들 안토니오, 지아코모 랄로와 가브리엘라 부부, 딸 조세 출처 돈나푸가타 홈페이지 |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을 대표하는 그란디 마르끼 와인이 있다. 바로 돈나푸가타 (Donnafugata).1851년에 설립됐으니 165년이나 된 와이너리다. 기록에 따르면 돈나푸가타의 포도밭은 기원전 4세기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돈나푸가타는 ‘피난처의 여인’이란 뜻이다. 실제 인물이다. 이 여인은 19세기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3세의 아들로 나폴리·시칠리아를 다스리던 페르디난도(Ferdinando) 4세의 아내 마리아 카롤리나(Maria Carolina· 1752∼1814)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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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지하 와인저장고 |
사연은 이렇다. 마리아 카롤리나는 오스트리아 위대한 국모인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의 13번째 딸이다. 바로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의 언니다.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때 국고를 낭비한 죄와 반혁명을 시도한 죄명을 처형된 비운의 여인이다. 이 때문에 언니 마리아 카롤리나는 프랑스에 반감을 품고 프랑스에 대항하는 세력과 동맹을 맺게 된다. 정치적인 야심이 강해 왕을 대신해 권력을 휘두르던 그녀는 프랑스와의 전쟁에 참여하지만 전선에 투입된 인물은 바로 나폴레옹. 결국 카롤리나와 남편 페르디난도 등 국왕 일가는 시칠리아로 쫓겨나듯 도망가게 된다. 그녀가 시칠리아에 머물던 건물이 바로 현재의 돈나푸가타 와이너리다. 그녀는 나중에 남편에게 미움받고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추방된 뒤 63세의 일기로 사망한다.
랄로 패밀리(Rallo family) 가문은 이 역사적인 현장인 건물을 사들이고 카롤리나의 기구한 사연을 담아 와이너리 이름을 돈나푸가타로 지었다. 와인의 레이블에 그려진 여자는 당연히 카롤리나다.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리게아 레이블)는 시칠리아로 급하게 도망치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런 한폭의 그림같은 레이블의 디자인은 경영자 일가의 어머니 가브리엘라 랄로(Gabriella Rallo)가 담당한다고 한다. 돈나푸가타의 와인들은 이탈리아 국민작가 쥬세페 토마시(Giuseppe Tomasi) 소설이자 1963년 깐느 영화제에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레오파드(Leopard)’와 유럽의 낭만적인 전설 속 인물의 이름을 활용해 스토리가 있는 와인을 빚고 있다. 딸인 조세 랄로(Jose Rallo)는 뉴욕의 블루 노트에서 공연한 재즈 가수로 음악과 와인을 연계시키는 마케팅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랄로 패밀리의 5대손 안토니오 랄로 (Antonio Rallo)가 와인 메이커를 맡고 있다. 돈나푸가타는 콘테사 엔텔리나(Contessa Entellina)와 판텔 레리아(Pantelleria)에 포도밭이 있고 마르살라(Marsala)에는 와인 저장고를 두고 있다. 돈나푸가타 와인인 나라셀라에서 수입한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서남단에 있는 지중해 최대의 섬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지녀 이탈리아에서도 색다른 면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다. 영화 ‘뉴 시네마 파라다이스’와 ‘그랑 블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깊고 맑고 푸른 바다와 뜨거운 햇빛 등 지중해 기후의 은혜를 받은 시칠리아는 와인 생산량이 에밀리아 로마냐주와 쌍벽을 이루는 최대 와인 산지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와인을 생산하던 시칠리아는 1980년대 이후부터 지속적인 개혁과 유명 메이커들이 토양과 지형의 다양성에 주목하면 프리미엄 와인 생산지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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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에 우나 노떼 (Mille e Una) |
밀에 우나 노떼 (Mille e Una)는 네로 다볼라 90%에 토착품종 10%를 블렌딩 했다.밀레 에 우나 노떼는 ‘천하루의 밤 (Thousand and one night)’이란 뜻이다. 와인 레이블에는 그려진 건물은 시칠리 지역으로 피난 온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의 궁전이다. 지역의 전통적 품종인 네로 다볼라 외에 같은 포도밭에 수 백년 이상 존재한 토착 품종들이 블렌딩돼 개성이 개성이 강하고 깊이 있는 지중해를 표현하는 와인이다. 레드 체리와 감초가 연상되는 풍미가 느껴지며 오크통에서 완벽하게 숙성시킨 덕에 매우 매력적이며 복합적인 맛이 난다. 24개월 동안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고 병입 후 최소 1년은 더 숙성시킨다. 소비자가 1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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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크레디 (Tancredi) |
탄크레디 (Tancredi)는 네로 다볼라 70%와 카베르네 소비뇽 30%를 섞은 풀바디 와인이다. 쥬세페 토마시의 소설이자, 루키노 비스콘티의 명작 영화 레오파드(Leopard)의 남자 주인공 이름에서 와인 이름을 가져왔다. 레오파드에는 유명한 프랑스 영화 배우 알랑 들롱이 탄크레디 연기했다. 토착품종인 네로 다볼라와 대표적인 레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이 블렌딩 돼 세련된 와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민트의 흔적을 남기며 와인의 향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달콤한함을 바탕으로 감초, 카카오, 체리 향이 느껴진다. 균형 잡힌 풍미가 입안을 가득채우고 여운은 매우 긴 아름다운 와인이다. 젖산발효를 거쳐 14 개월간 프렌치 오크에서 오크에서 숙성된 숙성된 뒤 병입해 최소 6개월 이상 더 숙성 시킨다. 소비자가 9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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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앙겔리 |
앙겔리(Angheli)는 메를로 60%와 카베르네 소비용 40%다.앙겔리는 유럽의 유명한 전설인 광란의 오르란도 (Orlando Furioso)의 여인 안젤리카(Angelica)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1997 년 처음 만들어진 이 와인은 시칠리아의 현대적인 와인 메이킹을 대표하는 와인이다. 정열적인 햇빛을 받고 자란 포도의 과일 향이 매력적인 이 와인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루비 색상과 밝은 보라색을 띤다. 라즈베리와 빌베리와 같은 잘 익은 붉은 과일에서 나는 풍부한 아로마와 감초 향이 난다. 12개월 동안 프랑스산 새 오크 통에서 숙성되며, 병입 후 4개월 정도의 안정화 과정을 거쳐 출시된다.소비자가 6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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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세라자데(Sherazade) |
세라자데(Sherazade)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인공이자, 현명한 지혜로 왕에게 천일 동안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왕비의 이름이다. 이국적인 와인 라벨의 스타일은 이 와인이 잊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와인임을 상징하고 있다. 첫 빈티지는 2006년으로 세라자데는 시칠리아 토착 품종인 네로 다볼라와 시라를 블렌딩 했다. 진한 매력적인 루비 칼라다. 스파이시한 향과 체리의 뉘앙스로 시작된다. 이어 입안에 입안에 꽉 차는 듯한 튼튼한 구조가 느껴진다. 토마토 소스나 아시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소비자가 5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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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세다라(Sedara) |
세다라(Sedara)는 네로 다볼라 100%다. 영화 레오파드(Leopard)의 여주인공 안젤리카의 성에서 이름을 빌려왔다.레오파드에서는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안젤리카를 연기했다. 와인 레이블의 건물은 돈나푸가타 셀러의 모습이다. 세다라는 안제리카 궁전 세다라처럼 균형잡히고 부드러운 성격을 보여주는 와인다. 첫 향부터 코를 휘감아 도는 듯한 강한 과실 향이 특징이다. 이어 담배, 양념류, 미네랄의 향도 함께 느껴진다. 입에 머금으면 붉은 과실 , 특히 블랙 베리, 체리의 매력적인 맛이 입안에 가득 느끼지며 여운 또한 강하다. 소비자가 3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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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라 푸가(La Fuga) |
라 푸가(La Fuga)는 샤도네이 100%인 미디엄 화이트 와인이다. 소설과 전설에서 빌린 돈나푸가타 다른 와인 이름들과 달리 라 푸가는 순수히 가브리엘라 랄로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바람에 날리는 여성의 머리카락은 도망치는 여인, 즉 돈나푸가타 상징한다. 돈나푸가타는 가장 훌륭한 시칠리아 화이트 와인의 표준일 정도로 훌륭한 화이트 와인도 생산하고 있다. 라 푸가에 사용된 샤도네이 품종은 품종은 콘테사 엔텔리나(Contessa Entellina) 포도밭 언덕에서 재배한다. 푸른 사과와 빵 껍질처럼 강렬하면서도 풍부한 향이 난다.드라이하면서도 부드럽고 부드럽고 신선함이 조화를 이루며 우아한 우아한 느낌의 훌륭한 구조를 지녔다. 소비자가 5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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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리게아(Lighea) |
리게아(Lighea)는 지비보(Zibibbo) 100%의 라이트 화이트다.1990년 처음 생산된 리게아는 쥬세페 토마시의 소설에 나오는 매력적인 바다의 요정(사이렌)의 이름이다. 지비보는 모스카토달레산드리아(Moscato d’Alessandria)의 다른 이름으로 향기로운 아카시아 향을 지녔다. 이 와인을 통해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됐다. 포도열매를 부드럽게 압착한 뒤 철저히 통제된 온도에서 발효과정을 거쳐 출시되기 직전에 병입된다. 복숭아 등의 과일향과 활짝 핀 아카시아 향기가 매력적이다. 시원하고 깔끔한 피니쉬로 모든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향기로우면서도 질리지 않는다. 소비자가 4만9000원
안띨리아(Anthilia)는 레이블에는 우수에 젖은 여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매우 인상적이다. 돈나푸가타가 위치한 엔텔리나 지역의 로마시절 이름이 바로 안띨리아다. 한때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통칭해 일컫던 말이기도 하다. 이름처럼 지역의 토착품종 안소니카(Ansonica)와 카타라토(Catarratto)를 절반씩 블렌딩해 지역색이 한껏 느껴지는 매력적인 와인이 탄생했다. 아로마는 향긋하며 드라이하고 신선한 느낌이 입안을 꽉 채우는 와인이다. 달콤함 속에 기품 있는 과일의 느낌이 인상적이다. 10∼12도 정도로 시원하게 해서 식전주로 마시면 좋다. 파스타, 생선, 앤쵸비, 참치 샐러드, 부드러운 치즈와 페어링이 잘된다. 소비자가는 3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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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루메라(Lumera) |
루메라(Lumera)는 시라, 네로 다볼라, 피노 네로(Pinot Nero), 타낫(Tannat)을 블렌딩했다. 루메라는 시칠리아의 시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랑 받는 여인’을 뜻하며 그 느낌을 레이블에 담았다. 이 여인이 등장하는 시는 기사도적인 사랑을 모티브로하는데 와인의 투명한 로제 색과 풍성한 꽃향이 이를 잘 표현해 준다. 시칠리아 섬의 남서쪽 콘테사 콘테사 엔텔리나 빈야드에서 재배된 포도로 생산한다. 신선한 과일향을 유지하기 위해 저온에서 압착한 뒤 자동 온도 조절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통에서 숙성된다리게아(Lighea)는 . 와인은 레이블의 여인과 닮았다. 투명한 장미빛에 석류, 건포도, 산딸기와 같은 과실향과 아카시아 같은 꽃향이 생생하다. 산도는 상큼하면서 부드러워 완벽한 균형감을 지닌 매혹적인 로제 와인이다. 소비자가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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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벤 리에(Ben Rye) |
벤 리에(Ben Rye)는 지비보(Zibibbo) 품종으로 만든 네추럴 스위트 화이트 와인으로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그란디 마르끼 세미나에서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벤 리에는 아랍어로 ‘바람의 아들’을 의미한다. 와인은 판텔레리아 섬에서 빚는데 끊임없이 부는 바람으로 유명한 섬 기후를 따서 지었다. 1989년이 첫 빈티지다. 현지에서는 지비보로 불리는 모스카토 달레산드리아(Moscato dAlessandria) 포도를 섬의 햇빛과 바람으로 자연 건조시키는 ‘파시토(Passito)’ 방식으로 만들었다. 멋진 황금색이 눈에 띄며 살구, 대추야자, 말린 무화과의 풍미가 매력적이다. 달콤하면서도 독특하고 긴 여운을 지녔다. 케이크나 단단하고 스파이시한 치즈와 잘어울리는 디저트 와인이다. 소비자가 11만4000원
최현태 기자
htchoi@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