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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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술술] 3∼4월에는 개념 이해에 주력하고 조급하지 말아야

답 이끌어내는 힘은 개념 완성서 출발
자신의 것 될때까지 완전한 이해 필요
숙지후에는 간단한 문제부터 적용을
한단계씩 차근차근 접근해야 효과 커
문제만 풀고 개념 소홀땐 실패하기 쉬워
EBS 수능특강 화학Ⅰ 학습법

벌써 EBS 수능특강 교재가 시기에 맞춰 출시되고,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각종 커뮤니티와 사이트에서 ‘EBS 수능연계’에 주목하고 수험생 심리도 조급하고 들뜨는 분위기다. EBS 수능특강 교재 중 일부 문항이 수능 출제로 직결되는 것을 모르는 수험생, N수생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레이스에서 왠지 뒤처져서는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을 수능 D-300일 이후 새삼 실감할 것이다. 그러나 11월, 최후에 웃는 사람이 되려면 절대 조급해서도 안 되고 공부를 다 한 것처럼 EBS 교재를 넘볼 필요도 없다.

◆3∼4월엔 개념 완성부터, 조급하지 말아야

필자는 먼저 수험생들에게 ‘조급하지 말라’고 다시 한번 권하고 싶다.

일부 수험생은 자신의 기량과 역량을 미처 다 쌓기도 전에 벌써 3점짜리 문제 풀이, 고난도 고급문제 풀이에 돌입하는 것 같다. 그것은 마치 스트레스 속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며, 최악의 시나리오 속 주인공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나올 점수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원인을 규명해 보고 어떻게 하면 더 따끔하게 말하고 타이를 수 있을지, 강사로서 이번 기고를 위해 꽤 시간을 들여 고민해 보았다.

한편으로는 이 기사를 읽는 학생들이 18, 19살 어린 수험생이거나, 이미 한번 아쉽게 쓴맛을 본 재수생 신분 또는 더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에 있어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 심리적으로 영향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최대한 ‘단소리’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가 어떤 화학 개념에 대해 물어볼 때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EBS 교재의 문제나 자료 해석에 바로 접근하는 것은 전반적인 이해의 완성도를 해칠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풍문여고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필자는 오프라인에서 강의하는 것 외에 테스트도 즉각 하는 편이라, 학생들과 많이 친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하루 일과를 어깨너머 바라보면서 예상하자면, 몇몇 학생들은 방과 후 학교에서, 학원에서 너도나도 ‘수특(수능특강) n번’의 난이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잔뜩 위축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SNS도 하면서, ‘고쓰리’(고등학교 3학년을 일컫는 말)를 인증하듯 2017학년도 EBS 수능특강에 풀어낸 자국을 남기고 뽐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웃음기 빼고 분명하게 전해주고 싶은 진지한 이야기는, 지금 이 시기는 개념서의 내용 중 하나의 개념과 원리라도 완전히 내 것이 될 때까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정답을 도출하는 step이 상세하게 기술된 해설을 많이 참고해서 나만의 풀이로 만들 수 있도록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를 풀 때마다 진득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학생들이 후반부에 빛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3∼4월은 개념 완성을 목표로, 적어도 내가 배운 개념을 다른 이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정답만이 아니라 풀이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여유를 보일 수 있다면 올 한 해 수험생활이 안전할 것이다.

박상현 스카이에듀 화학강사
아울러 EBS 연계교재 속 실험 자료, 실험 그래프를 다양하게 보는 눈은 개념 완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자.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개념서를 한번 보았더라도, 누군가 물어봤을 때 정확하게 그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EBS 문제집의 문제나 자료 해석에 바로 접근하는 것은 전반적인 이해의 완성도를 해친다.

실제로 안타깝게도 이렇게 무모한 도전으로 운 좋게 점수를 향상시켜 보려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11월까지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하겠다. 모식도가 식이 되고, 그림 자료가 되고 네댓 가지 사례로 변모하는 문제들이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그것의 본질을 뚫고 자료를 해석하여 답을 도출하는 힘은 반드시 개념 완성에서 출발한다.

마지막으로, 잘 안다고 생각할수록 자존심을 버리고 철저히 돌아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아직 나는 (공부를) 덜했지. 막히는 부분도 많고…’라고 걱정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A과목은 책 한 번 돌렸는데, B과목은 아직 2단원쯤 머물러 있다. 언제 문풀(문제풀이) 시작하지’라고 조급함이 밀려오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는 잘 안다고 생각하고 덤비는 학생들이 있다.

물론 다른 과목도 공부해야 해서 빨리 완성하고 싶겠지만 완성도 높은 공부는 단순히 빠른 시일 안에 강의를 ‘완강’하는 것, 책을 다 끝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러다보면 나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좋은 상태만 보려고 하고, 학습 전반의 효율이 극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공부 후에 전혀 남는 것이 없는 상태가 된다. 좀 더 솔직하자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샤프심만 버리는’ 꼴이다.

에너지 낭비뿐인 공부를 하지 말고, 철저한 개념을 익힌 후에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분석하면서 접근하는 것, 앞으로 또 이와 유사한 문제를 만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인지하자. 자존심을 버리고 준비하는 방법이 왕도이다.

필자도 대치동에서 이런 사례들을 많이 마주한다. 가장 중요한 개념을 멀리하고 문제를 풀고 맞히는 것에 급급해서 나오는 즉시 문제를 푸는 학생들이 있다.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나 싶을 정도로 성급해 보이는 느낌이랄까…. 이들은 문제만 풀고, 정리도 하지 않고서 마치 공부를 다 한 것처럼 행동하다 보니 몇 달 후 6월, 9월 모의평가부터 좋지 못한 점수를 경험하게 된다.

◆EBS 수능특강 화학Ⅰ ‘5-step’ 학습법

1) 대단원별로 각각의 소단원이 있을 것이다. 교과서를 근거로 한 소단원별 개념의 단위로 문제집에 수록된 문제 번호 옆에 보기 좋게 정리하라. 국어 개념으로 비유하자면 ‘갈래’에 해당하는 것으로, 어떤 소단원에 해당 문제가 속할지 각각 마크하라.

2) 빈 종이 위에 일정한 시간을 두고 스스로 소단원에 대한 개념을 책을 덮은 상태에서 10∼20분 이내에 얼마나 정리할 수 있는지 한번 적어 보라.

3) 시간 이내에 충분히 적었다는 가정하에 해당 소단원의 2점짜리 문제부터 찾아서 노트에 문제 풀이 과정을 정리하는 방법을 시도하라. (문제를 먼저 풀지 말고, 문제를 우선 읽은 후 ‘어떤 개념을 넣어야 이 문제가 풀릴까’를 생각하고 그것을 노트에 정리하는 방법이다.

4) 두 번째 소단원도 2)와 같은 방식으로 그렇게 정리하라. 그러면서 정리가 끝나면 첫 번째 소단원을 정리한 내용을 읽어보고 나서 [3)에서 풀이방식을 정리했었던] 첫 번째 소단원 문제를 풀어라. 이런 식으로 누적복습을 하듯이 문제를 풀어라.

5) 3점짜리 문제의 풀이방식 정리와 실제 문제 풀이는 각각의 소단원의 2점짜리 문제 풀이가 끝나면 그때 시작한다. 역시 중요한 것은 문제를 처음부터 먼저 풀지 말고, 문제를 읽은 후 ‘어떻게 하면 내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를 확인’하고 어떤 개념을 넣어야 할지 노트에 정리하면서 4번과 같은 방법으로 누적복습을 하듯이 풀어나가라.

위 1)~5)를 우직하게 지켜나가면,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수십 문제를 만나본 효과를 만들게 된다. 모두 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정리하길 바란다.

독수리는 직선 비행이 아닌 약간 비틀어진 ‘곡선’ 비행을 주로 한다. 등각 나선 비행을 하면서도 300km 이상의 최대 속도를 내어 비행하고 먹이를 낚아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문제 풀이 비교 방법에 대해서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오해하고 우려하면서 손도 못 대고 있거나, 혹은 시도했다가 귀찮음을 느껴 중도에 포기한 상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독수리가 창공에서 곡선 비행 중에 자기의 먹잇감 앞에 송곳 같은 발톱을 내보이며 만들어 내는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 그 가속도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수험생들이 11월에 수험장을 압도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박상현 스카이에듀 화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