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단독] 13개 건설사 입찰전 모임 갖고 1조3000억 공사 나눠먹기

삼척 LNG 탱크 공사 담합… 낙찰 수법 살펴보니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 공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에너지 국책 사업 가운데 가스공사 주배관 사업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사업이다. 낙찰규모만 1조3000억원이 넘는 LNG탱크 공사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에 걸쳐 건설사의 ‘짬짜미’ 표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13개 건설업체에 통보한 심사보고서를 통해 이들의 담합 여부를 잠정 결론내렸다. 이르면 다음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수순만 남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4000억∼5000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 건설 담합 관련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공정위 결정 후 발주처인 한국가스공사가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할 태세여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가 담합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5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 삼척LNG 생산기지에서 열린 준공식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21일 건설업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삼척 LNG탱크 공사는 가스공사가 평택·인천·통영에 이어 98만㎡ 부지에 건설하는 네 번째 생산기지 건설 사업이다. MB정부 에너지 국책 사업 가운데 핵심시설로 꼽힌다.

삼척 LNG탱크 공사 입찰 담합 정황은 비슷한 시기에 가스공사가 발주한 천연가스 주배관 공사 담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2조원대 천연가스 주배관 공사에서 입찰 담합한 22개 업체에 과징금 1700억여원을 부과한 바 있다.

LNG탱크 공사도 주배관 공사와 비슷한 형식으로 입찰 담합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 13개 공구로 진행된 LNG탱크 입찰에서 건설업체들은 2005년(5개 공구), 2007년(4개 공구), 2009년(4개 공구) 등 3차례에 걸쳐 낙찰예정사를 사전에 담합했다.

낙찰예정사 외 업체들은 입찰에서 투찰률(예정가격 대비 투찰가격의 비율)을 높게 써내는 방식으로 들러리를 섰다. 대림건설,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등 대기업들과 중견 건설업체 13곳이 가담했다.

이 같은 담합과정을 통해 1단계 사업은 대림산업 및 컨소시엄이 5997억원, 2단계는 두산중공업 및 컨소시엄이 5442억원, 3단계는 현대건설 및 컨소시엄이 2301억원에 각각 낙찰받았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사들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업체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를 신청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은 “당시 4대강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진행되면서 피치 못할 부분이 있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조사가 사실상 담합으로 결정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관심은 과징금 규모로 쏠리고 있다. LNG탱크 공사 담합 과징금은 주배관공사 담합(1700억원) 때보다 훨씬 많은 액수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4000억∼5000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돼 역대 건설담합 과징금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공정위에서 단일 담합사건으로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최고액은 2009년 액화석유가스(LPG) 담합사건 당시 6개 LPG회사에 부과한 6689억원이다. 건설 관련 분야에서는 2014년 호남고속철도건설공사 입찰 담합에 참여한 28개사에 4355억원의 과징금이 최고액이다.

이번 LNG탱크 담합에 따른 과징금은 호남고속철도 담합 과징금 수준이거나 이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공정위는 오는 3∼4월 중 전원회의를 열고 과징금 규모 등을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결정에 따라 발주처인 한국가스공사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주배관 공사 입찰 담합이 드러나자 지난해 말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16개 업체에 대해 각 1000억원씩 총 1조6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도 LNG탱크 공사 담합 사실이 최종 결정되면 또 한 번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과징금은 물론 손해배상까지 맞으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가 당시 국책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주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