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의 쌍둥이 동생 김혜정도 국가대표 육상 세단뛰기 선수였다. 하지만 한국체대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아킬레스가 끊어지면서 선수생활을 접었다. 이후 가수지망생, 모델활동 등을 했지만 운동을 할 때만큼의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언니와 함께 볼링장을 한두 번 찾더니 이내 볼링에 흥미를 느꼈다.
자매는 각각 볼링공을 제대로 잡은 지 3∼5개월 만에 당당히 프로볼러에 합격했다. 지난해 여름까지 실업팀 소속이던 김혜선은 은퇴를 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고 동생 김혜정은 7월부터 프로테스트를 대비해 합격증을 안았다. 프로볼러가 되기 위해서는 연말에 실시하는 테스트에서 평균 185점을 넘겨야 하지만 둘 다 평균 190점 이상을 기록했다.
자매는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육상과 다른 볼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30초 먼저 태어난 언니 김혜선은 “높이뛰기와 세단뛰기는 선수가 직접 몸을 날리는 도약경기다. 달리는 능력도 필요해 숨이 굉장히 찼는데 볼링은 공만 잘 굴리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몸이 편했다”면서도 “대신 정신적으로 힘들다. 경기장마다 바닥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계산을 많이 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육상선수 시절에는 살이 1㎏만 쪄도 엄청 민감했는데 볼링은 체중이 늘면 힘이 더 좋아진다고 해서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육상선수에서 프로볼링 선수로 변신한 김혜선(위쪽), 김혜정 쌍둥이 자매가 22일 서울 노원구 공릉볼링경기장에서 연습 하고 있다. 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 |
이들이 타고난 신체조건과 운동신경은 볼링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김혜선의 키는 173㎝, 김혜정은 171㎝다. 키가 크고 팔과 다리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길기 때문에 스윙을 크게 할 수 있어서 힘과 스피드에서 유리하다. 육상을 하면서 체력을 다져놓은 덕분에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한다. 다른 준비생들은 하루에 2∼3경기만 쳐도 손이 떨려 더 이상 못치는데 자매는 근력이 좋아 하루 20경기도 거뜬히 해낸다. 프로테스트를 앞두고는 하루 6시간씩 훈련에 전념하기도 했다.
두 선수를 지도하는 김현범 코치는 “운동신경이 상당히 좋다”며 “가르쳐 본 제자들 중 습득능력이 가장 빠르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면서도 “신체적인 부분은 탁월하지만 아직 정신적인 면에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 10프레임 동안 흔들리지 않고 꾸준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혜선은 202.5점으로 C조 12위, 김혜정은 172점으로 C조 26위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무난한 데뷔전을 치른 이들은 앞으로 열리는 프로투어에 꾸준히 참가할 계획이다. 김혜선은 “경험을 더 쌓아 언젠가는 동생과 함께 결승무대에 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