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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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사업 시작부터 ‘삐걱삐걱’

AESA 레이더 개발인력 부족 ADD “기재부서 충원 고민 중”/일각 “기한 내 추진 공염불 우려”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개발과 관련한 연구 인력 부족으로 흔들리면서 ‘국민적 역량’을 결집해 정해진 기한 내 추진하겠다던 정부의 발표가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정치권 등에서 KF-X 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을 때 가장 민감하게 거론된 사안은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문제였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자료사진)
‘믿었던’ 미국이 AESA 레이더 체계통합을 비롯한 4개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하자 방위사업청은 ‘플랜 B’로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AESA 레이더는 기존 레이더에 비해 탐지거리와 감시·추적 능력이 크게 향상된 반면 운영유지비는 낮아 차세대 전투기 레이더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도 AESA 레이더 개발까지 수십년의 시간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AESA 레이더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선 시간과 돈 외에도 전문 연구인력 확충이 절대적이다. 더구나 미국의 체계통합 기술 이전 거부로 기존 계획보다 3년 앞당긴 2021년까지 AESA 레이더를 개발해 성능시험을 실시해야 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처지는 더욱 군색해 보인다.

사정이 이런데도 개발에 필요한 연구인력 확충에 대한 정부 조치는 더디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AESA 레이더는 물론 KF-X 개발도 쉽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인력 규모는 기술력 수준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부족한 인력으로 연구를 진행하려면 일부 개발 과제를 외주용역으로 돌려야 한다. 이럴 경우 국산화를 내건 정부 방침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ADD 측은 “기획재정부에서 현재 인력 충원 방침을 고민 중”이라며 “예산 문제와 결부돼 있다보니 연도별로 순차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F-X 주관부처인 방사청은 22일 “ADD는 최근 기존 조직과 자체 인력을 우선적으로 재편성해 AESA 레이더 개발전담 사업단(4개팀 54명)을 출범시켜 관련 연구·개발을 수행 중”이라며 “내년에는 (현재 10명 정도인) 전문인력을 7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psc@segye.com